[투데이신문] 그림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중견 서양화가 박정희씨 인터뷰

그림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중견 서양화가 박정희씨 인터뷰

"작품 활동으로 나눔을 실천할 기회를 갖게 돼 행복해요"

2012-10-10

 

▲푸르메재활센터 입구에 배치된 박정희 작가의 그림

 일반적으로 병원이라고 하면 소독약 냄새나 고통에 신음하는 환자들이 먼저 떠오른다. 특히 그곳이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이 재활치료를 받는 곳이라면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어둡고 우울하고 차가운 공간으로만 느껴지는 병원을 가족, 친구 그리고 이웃이 함께 어울려 따뜻함을 먼저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 있다. 바로 장애인 어린이들의 재활치료를 돕는 푸르메재활센터다.

 ▲병실 복도에 전시된 박 작가의 작품들푸르메재활센터에서는 차갑기만 한 병실 복도에

 ‘정원이야기’ ‘행복한 동행’ ‘축복’ 등 따뜻함과 편안함을 주는 작품 50여 점을 전시해

 이곳을 찾는 많은 장애인 환자들에게 쉼터와 같은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전시된 작품들을 보며 병실 복도를 걷노라면 긴장되고 삭막한 병원이 아닌 여유롭고 한가로운 갤러리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처럼 행복과 기쁨이 담긴 많은 작품들을 기부해 푸르메재활센터를 ‘갤러리가 있는 병원’으로 변모시킨 따뜻한 사람이 있다.

사람들을 ‘파란색의 정원’ 속으로 이끈 중견 작가 박정희씨가 그 주인공이다.

 박정희 작가는 이미 지난 7월 푸르메재활센터 개관을 기념해 2점의 작품을 기부한 바 있다. 그 중 제일 먼저 기부한 작품이 박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던 그림이라니 그 의미 또한 크다.

“각박한 환경에서 힘겹게 치료를 받으며 살아가는 많은 장애 아동과 가족들에게 그림으로나마 마음의 휴식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래도 가장 잘 할 수 있는 작품 활동으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행복해요”

▲푸르메재활센터에 56점의 그림을 기부한 서양화가 박정희씨

 Q. 이번 푸르메재단의 ‘장애 어린이 치료기금 마련을 위한 초대전’에 작품을 기부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 제 작품을 인사동에 전시하고 있을 때였어요. 마음속으로 늘 일 년에 한 두 번은 꼭 좋은 일에 동참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였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어떤 분이 인터넷에서 제 작품을 보시고 연락을 하셔서 좋은 기회가 있다며 소개해 주셨어요. ‘제 작품을 보고 이런 곳이 있는데 기부를 해 줬으면 좋겠다’ 하시더군요. 저도 마음에 담고 있던 일이라서 흔쾌히 동참하게 됐습니다.

제 그림에는 ‘축복’이라는 주제를 가진 작품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기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제 작품으로 인해 마음만이라도 치유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나눔 활동에 참여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동기가 있나요

 - 처음에는 몰랐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좋은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어쩌면 제 마음 한구석에 늘 이런 짐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일을 하시는 분들을 보니 왠지 가슴이 저려오더라고요.
언제부터인가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제 작품을 좋아해 주고 소장해 주거든요. 저한테 그렇게 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도 그렇게 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저는 많이 받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도 조금은 돌려줄 줄 아는 작품 활동을 해야겠다 싶었죠.

Q. 가장 애착을 가졌던 작품을 가장 먼저 기증하셔서 그 의미가 크실 텐데 어떤 작품인가요

 - 제일 애착을 가지고 있던 ‘정원 이야기’라는 작품을 가장 먼저 기부하게 됐어요. 큰 나눔은 아니어도 가지고 있는 만큼에서는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제 나름대로의 약속이기도 하고요.

‘정원 이야기’라는 작품은 좋은 일을 함께하자는 행복한 동행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정원 안에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그 안에 동행이 있고 축복도 있어요.

정원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 모든 것, 함께하며 따뜻함을 나누는 마음 같은 것은 제가 영원히 추구해야 할 것이고 변치 않을 것이기도 합니다.

▲박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정원 이야기>

 Q. 청색을 기조로 꽃, 정원, 가족, 친구, 이웃 등이 서로 어우러져 있는 작품을 추구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 저의 서정적인 심상에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저한테 제일 많이 다가온 것이 꽃과 정원이에요. 그러다보니 사실적인 이미지보다는 마음에서 끌어낸 이미지를 화폭에 옮기는 것이 제 장점이 되었어요. 쉽게 말해 장미꽃을 보이는 그대로 똑같이 그릴 수도 있지만 저는 제 마음속에 있는 이미지로 장미꽃을 표현해 작품에 담는 거예요.

그래서 어찌 보면 ‘행복한 동행’ ‘정원 이야기’ ‘축복’ 같은 작품들은 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이미지와 일치한다고 생각해요. 모두 행복한 시간이나 사랑이 포함되어 있죠.

Q. 전시회의 수익금 일부를 장애 아동 재활치료를 위해 푸르메재활센터에 기부하기로 하셨는데 앞으로 또 다른 나눔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 앞으로는 그림에 꿈이 있는 장애 어린이를 위한 미술 교육과 장애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강연 등을 정기적으로 열어 장애 어린이 재활 지원에 힘쓸 생각입니다. 지금 그 준비 과정에 있고요. 작지만 뜻 깊은 시간이 되도록 나눔을 펼쳐보려고 합니다. 행복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푸르메재활센터 소개<>

오는 26일까지 ‘장애 어린이 치료기금 마련을 위한 중견작가 박정희 초대전’이 열리는 푸르메재활센터는 고 박완서 작가와 조무제 전 대법관 등 3000여 명이 보내준 기금으로 지난 7월 11일 개관했다. 지상 4층 건물에 물리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등을 담당하는 어린이재활센터를 비롯해 각종 의료, 재활시설이 들어서 있는 장애아동 재활치료 기관이다.

윤종철 기자 (todayn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