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서경덕이 만난 사람 (7)가수 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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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기적을 만드는 일
서: 기부활동과 관련해서 홍보대사로 굉장히 많이 활동하고 있잖아요? 요즘 가장 신경 쓰는 일은 뭔가요? 션: '만원의 기적'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장애아동 전문 재활병원을 만들기 위한 기부 프로젝트예요. 작년에 푸르메재단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장애아동을 위한 병원 건립이 시급하단 걸 알게 됐어요. 병원 지으려면 32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더군요. 순간 머릿속에 번뜩 '한 사람이 하루에 만원씩 1년이면 365만원이니, 1만 명만 모으면 병원을 지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죠. 아내와 함께 먼저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빅뱅, 2NE1, 세븐, 싸이 등 우리 소속사 후배들뿐만 아니라 야구선수 박찬호, 김태균, 류현진씨도 참여하고 있어요. 다들 흔쾌히 도와주시겠다더군요. 서: 그런데 하루에 만원은 일반인들에겐 큰돈인데요. 션: 적지 않죠. 큰돈이에요. 그래서 만원의 기적은 기업이나 유명 인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일반인 대상으로는 '천원의 기적'과 '만원의 기적 주니어'를 제안했어요. 딱 100명만 모집할 생각으로 트위터에 글을 올렸는데, 8시간 만에 다 모였어요. 특히 학생들의 반응이 놀라웠어요. 한 달에 용돈 3만원 받아쓰는 학생이 '만원의 행복 주니어'에 참여하면서 매달 만원 씩 기부해요. 그러면서 오히려 저한테 '기부를 시작하게 도와줘서 감사합니다'라고 트윗을 보냈어요. 서: 수입의 3분의 1을 기부하는 셈이네요. 액수도 액수지만 어린 학생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놀랍네요. 션: 그렇죠. 청소년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에요. 병원이 지어지면 참여한 청소년들은 자기들의 작은 나눔이 병원을 만드는 기적을 보게 되겠죠. 그들이 성장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눔을 실천할 거예요. 이 모든 과정이 바로 기적입니다. 서: 어린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계신대요, 정작 본인의 청소년 시절은 어땠나요? 션: 어렸을 때요? 어…, 이거 참…. 마구 달렸죠.(웃음) 16살 때 가출을 했어요. 돈이 없어서 굶어보기도 했고, 잘 곳이 없어서 헤맨 적도 있어요. 생각해보면 그때의 경험 때문에 누군가에게 손을 뻗어 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된 것 같아요. 배고프고 갈 곳 없었을 때 사람들이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도와줄게''나중에 좋은 집 사면 너 재워줄게' 했더라면, 그때 저는 밥을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겠죠. 그러니까 나눔은 기다리면 안 돼요. 지금 당장 필요하니까 당장 시작해야 하는 거죠. |
김구용 에듀&라이프 기자 kky902@chosuned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