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부탁해] “부모 생업 지장없게 간병인력 늘려”
[기적을 부탁해]“부모 생업 지장없게 간병인력 늘려”마이어하임 슈피탈병원 진료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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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아이가 아프면 모든 책임을 부모가 진다. 부모 중 한 명이 일을 그만둬서라도 아이를 쫓아다녀야 치료가 가능하다. 불편한 병실에서 먹고 자면서 간병하느라 부모의 몸이 더 빨리 상한다. 유럽은 어떨까. 마이어하임 진료과장은 “스위스는 맞벌이 부부 비율이 높다. 그러나 아이가 아프다고 부부 중 한 명이 생업을 접고 아이를 돌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부모가 따라다니지 않아도 치료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병원 인력이 충분하다는 것.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심각한 경우가 생기지 않는다면 간호사와 치료사들이 아이를 돌보는 게 원칙이다. 부모가 병원에 상주하는 비율은 10%도 되지 않는다. 슈피탈 어린이재활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은 매일 개인시간표를 받는다. 시간표에 적힌 대로 수업을 받고 스스로 이동해 오후에 치료를 받는다. 어려운 점이 있으면 자원봉사자나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다. 10대 청소년들은 3, 4명이 한 방을 쓴다. 부모 없이도 외로움을 타지 않고 또래끼리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부모가 곁에 없기 때문에 아이의 치료효과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마이어하임 진료과장은 “치료는 병원의 역할이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마주 대할 때 더 많은 애정을 주는 것이다. 아이 치료 과정에서 부모가 지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고 말했다. 반면 독일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병실에 있는 것을 선호한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병실에 들어간 뒤 아이와 부모가 외부로부터 고립되는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해 뮌헨 어린이재활센터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쓰는 병실 크기를 줄였다. 병실에는 TV도 두지 않는다. 잠만 자라는 뜻이다. 그 대신 각 층 로비를 사랑방처럼 아늑하게 꾸몄다. 병원은 “이 로비에서 아이들끼리 어울리고, 부모들끼리도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뮌헨·취리히=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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