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부탁해] 천지세무법인 박점식 회장, 모친 장례 부의금 5000만원 기부
[기적을 부탁해]천지세무법인 박점식 회장, 모친 장례 부의금 5000만원 기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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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꿀 수 없었지만… 섬마을 유복자, 세무사 돼 가난벗어 그들은 꿈 꿨으면… 치료 포기 장애아동들 꼭 다시 서길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만난 박 회장은 감사노트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441일째 매일 감사한 일을 생각나는 대로 적고 있다. 첫 장에는 ‘어머니 아들이어서 감사하다’라고 적혀 있었다. 박 회장은 700개의 감사 말을 책으로 만들어 어머니 무덤에 함께 묻었다. 그는 유복자다. 행여 ‘아비 없는 후레자식’ 소리 들을까, 어머니는 수시로 매를 들었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간 후로는 매를 딱 놓으시는 거예요. 아무리 엇나가도 잔소리조차 하지 않으셨죠. 어머니의 무한한 신뢰가 저를 강하게 했습니다.” 지독한 가난으로 꿈을 꾸기도 힘들었다. 대학은커녕 고등학교 가기도 힘든 형편이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샛길로 빠졌다. 중학교 때부터 담배를 피웠고 막걸리에 취해 몸을 못 가눈 적도 많았다. 그래도 어머니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사실 공부에 굶주렸어요. 누가 대학 갈 방법을 조언해 주고 길이 있다고 알려 줬다면 아르바이트라도 했을 텐데….” 주저앉은 그를 뭍의 학교로 보낸 사람 역시 어머니였다. 목포상고를 졸업한 뒤 줄줄이 취업시험에서 미끄러졌다. 성적은 1, 2등을 다퉜지만 홀어머니와 산다는 게 감점 요인이었을까. 면접에서 잇달아 탈락했다. 장갑공장에서 일했고, 백화점에서 포장과 배달을 했다.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며 이를 악물었다. 1980년 세무사시험에 합격했다. 6년간 백화점 계단에서 회계학 책을 펴 놓고 주경야독한 결과였다. 합격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너는 된다고 했지 않았더냐”고 한마디를 던졌을 뿐이다. 20년 전 모교인 흑산초등학교 운동장 문을 고치는 데 100만 원을 난생처음 기부했다. 기부의 삶은 그렇게 시작됐다. 근위축병을 앓는 아들 동훈 씨(26)를 키우며 다시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 근위축병은 근육이 점점 무기력해지는 병으로 아직 치료 방법이 없다. 그의 감사노트에는 ‘동훈이가 내 아들이어서 감사합니다’라고 씌어 있다. “다행히 동훈이는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며 치료받을 수 있었죠. 아예 치료받을 기회가 없는 장애어린이를 위해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이 꼭 세워져야 합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재활병원 성금 4억4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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