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부탁해] 신경숙 작가 “아픈 자식 숨겨야하는 슬픈 한국”
[어린이재활병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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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곧 친구가 아픈 아이를 데리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해하게 되었다. 친구는 그동안 열 손가락이 넘는 숫자의 큰 수술과 셀 수조차 없는 작은 수술들, 언제 끝날지 모른 채 끊임없이 반복되는 재활치료를 캐나다 병원들의 지원과 봉사 속에서 계속 받았다. 아이가 아프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엄마에게만 맡기는 한국사회의 현실에서는 바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덕분에 친구의 아이는 언제 재발을 할지도 모르고 앞도 보이지 않는 장애를 지닌 채로지만, 5개 언어를 익히고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지닌 청년이 되었다. 지금 보통 선진국에서는 인구의 10% 정도가 장애인이고, 어린이 중 10%가 장애아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은 5%이고 그중 어린이는 1% 미만이다. 선진국보다 수가 적은 것은 학교에 갈 경우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게 될까 봐 장애등록을 기피해서라고 한다. 어떤 경우엔 부모가 아이의 장애를 부끄럽게 여겨 집에 숨기기까지 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다. 장애인으로 태어나거나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기였을 때 고열이나 경기 혹은 기침으로 시작해 시신경이나 청각신경 등을 다쳐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바로 집중 치료를 받으면 80, 90%의 기능이 회복되는데도 무관심과 무지로 그 시기를 놓쳐 일생을 장애인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해보라. 30만 명이 넘는 국내 장애 어린이의 30%가 지속적인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전국적으로 어린이 재활병원이 손에 꼽을 정도라니…. 내 친구가 아픈 아이를 데리고 타국에서 돌아오지 않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늦게나마 서울 마포구에서 3215m²의 터를 내놓아 어린이재활 전문병원을 건립할 예정이다. 종로구 효자동에도 3500명의 시민이 힘을 모아 어린이재활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어느 집이든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으면 그 엄마의 하루가 어떨 것인지는 보지 않아도 안다. 그 엄마들은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인 듯 살아도 시간이 모자라다. 그 아이에게만 집중적으로 매달리니 다른 가족으로부터도 멀어져 엄마와 장애를 가진 아이만 남게 되는 슬픈 일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좋은 사회인지 아닌지는 약자들이 어떤 배려를 받는가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아픈 아이를 지금까지처럼 계속 엄마 손에만 맡겨 놓아도 될까. 제도 자체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주는 그런 날을 기대해본다. 그래서 아픈 자식 때문에 아직도 타국 생활을 하고 있는 내 친구가 안심하고 돌아올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