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베트남 빈탄 마을에 미소를 돌려주다
베트남 빈탄 마을에 미소를 돌려주다
푸르메재단·효성 의료봉사단 '미소원정대'
2011-08-17
"깜언(Cam On·고맙습니다)! 깜언! 한쿡, 깜언!"
16일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베트남 북부 동나이성 연짝(Nhon Trah) 공단(工團)의 빈탄 마을(Xa Vinh Thanh)
보건소. 비쩍 마르고 까맣게 탄 주민들이 이곳에 차려진 무료 진료소에서 치료를 받고 거듭 고맙다고 인사했다. 치료 전 잔뜩 찡그렸던 얼굴엔 어느새 미소가 돌았다.
▲ ‘베트남 의료봉사
미소원정대 단원이 빈탄마을에 차린 무료 진료소에서 한 어린이의 치아를 치료하고 있다. /푸르메재단 제공
농사일로 2년 전부터 왼쪽 가운뎃 손가락을 펴지 못하던 우엔 티 홍(52)씨는 침(鍼)을 맞고 차도를 보였다. 그는 "밥 짓거나 손 씻는 것마저 힘들었는데 치료비가 없어 병원엔 가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장애인 재활과 의료지원을 하는 비영리 푸르메재단과 효성그룹이 꾸린 '미소원정대'는 15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이곳에서 의료봉사에 나섰다. 효성 베트남 공장이 있는 지역이다.
'미소원정대'는 아픔과 고통으로 찡그린 얼굴에 미소를 돌려주자는 의미다.
한국에서 온 봉사단 27명은 임시진료소를 치과, 한방, 내과, 재활의학 등 네 코너로 나눠 환자를 맞았다. 이날 무려 200명이 넘게 찾아와 대기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웬 록 탄(47) 보건소장은 "재작년에 2층짜리 보건소를 지었지만 장비나 인력이 변변치 않아 구충제나 감기약 정도만 주고 있다"고 했다.
빈탄에는 1만9000명이 산다. 효성이 여기서 2900명을 고용해 타이어용 코드와 '쫄쫄이'라고 부르는 스판덱스 원사(原絲)를 생산한다. 차로 30분 거리에 국립의료센터가 있지만 치료비가 너무 비싸 주민에겐 버겁다. 쏘 쿠인(21)씨는 "감기 치료에 하루 식비보다 많은 10만동(약 5000원)은 내야 한다"고 했다. 휴가를 내 자원봉사를 온 치과의 지찬세(54)씨는 "이빨이 완전히 썩어 뽑아야 할 지경인 환자가 많고 대부분 영양부족 상태"라고 했다. 칠순의 잇우엔 턴 텃씨는 "어금니가 아파 한 달이나 죽만 먹었다. 2시간이나 걸리는 호찌민까지 치료하러 갈 수도 없다"며 "오늘 치료 덕에 밤엔 그동안 못 먹던 음식도 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진료소에선 효성 공장의 베트남인 35명이 통역을 돕고 있다. 쩐티 김융(22)씨는 "회사 덕에 난생처음 해보는 봉사"라며 "멀리서 날아와 내 부모, 내 할머니 같은 베트남 사람을 돕는 한국인들이 정말 좋다"고 했다.
동나이(베트남)=김성민 기자 dori238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