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동문회보]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연세동문회보] 제443호 2010년 6월 1일
[만나고 싶었습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사학과 87졸)
"정말 어려운 환자들이 마음놓고 치료 받을 수 있는 그런 병원이 있습니까?"
5월4일 노천극장에서는 7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5회 연세사회봉사상 시상식이 있었다. 사재를 털어 푸르메재단을 만들고 장애인 재활과 자립을 위해 헌신하여 연세사회봉사상 대상을 수상한 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를 만났다.
“「연세사회봉사상」은 한눈 팔지 말라는 채찍질”
2005년 설립된 푸르메재단은 재활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환자 중심의 아름다운 병원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재활병원 건립 사업과 함께 매년 장애인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과 의료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10년에서 20년 한눈 팔지 않고 가야 그 길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6년 동안 장애인 의료복지 사업을 해왔는데 이제 막 조금씩 꽃이 피려는 것 같습니다. 푸르메재단의 열매가 맺어지는 것은 정말 가난한 장애인들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재활병원이 건립됐을 때입니다. 지금은 병원 건립을 준비하기 전에 장애인들만 올 수 있는 「푸르메나눔치과」와 가난한 5세 이하의 장애어린이들을 위한 「푸르메한방어린이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세사회봉사상 대상을 주신 것은 아직 몇 걸음 안 갔지만 한눈 팔지 말고 더욱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 같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큰사고’와 함께 온 인생의 전환
푸르메재단의 설립에 대해서 묻자 백 동문은 『특별한 계기가 없었다면 저는 그냥 언론사 기자였을 것입니다. 언론재단의 지원으로 1996년에 독일 뮌헨대학으로 연수를 가게 됐습니다. 귀국을 앞두고 영국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온 가족이 자동차 사고를 당했습니다. 아내가 사고를 크게 당해서 3개월 동안 혼수상태로 있었고 왼쪽 다리를 잃었습니다.
다시 독일로 와서 1년 반 동안 아내의 재활치료를 한 후 귀국해 치료를 받으면서 영국이나 독일에 비해 장애인 재활을 위한 사회간접자본이나 의료시스템의 부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고민 끝에 저는 선진국형 장애인 재활병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당장 의료법인을 만들기엔 병원 부지나 설립기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의료법인 전 단계로 비영리재단 법인 설립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법인 설립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을 하던 백 동문은 도저히 월급쟁이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기에 10여 년간의 기자생활을 접었다. 그리고 독일 유학 시절 친하게 지낸 방호권 동문(식품생물 93입)과 함께 맥주회사?엔? 설립했다.
『방 동문은 뮌헨공과대학에 맥주 양조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했는데 함께 맛있는 맥주 회사를 만들어보면 괜찮았을 것 같아 사업을 제안했습니다. 또, 저와 방 동문을 믿고 주변 지인들이 투자를 해줘서 하우스맥주 전문점인 「옥토버훼스트」를 설립했고 본의 아니게 대표를 맡게 됐습니다. 다행히 맥주 사업이 잘 됐고 저는 제 지분을 푸르메재단 설립을 위한 기본금으로 기부했습니다. 또, 아내도 다행히 사고 피해 보상금을 받게 됐고 그중에 10억 원을 재단에 기부했습니다. 그렇게 푸르메재단이 세워지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 단 하나뿐인 재활전문병원
푸르메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푸르메재활전문병원에 대해서 백 동문은 『재활전문병원에 대한 설계는 거의 다 끝났고 경기도 화성시에서 병원 부지 1만1천5백여 평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건립기금은 당초 3백50억 원 정도 예상 했는데 점점 늘어나서 5백억 원 정도 기금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병원들은 점점 콘크리트와 함께 위로 올라만 갑니다. 우리 병원은 환자들이 조용히 산책하고 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병원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병원의 규모는 1백50병상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병원은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도 힘들고 간병도 전부 가족의 몫이었지만 우리 병원이 추구하는 모습은 환자를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24시간 병원에서 환자의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평등한 병원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보증인 제도처럼 아직까지 정말 어려운 사람들이 치료를 받기에는 병원 문턱이 높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이 마음 놓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시민과 사회공헌기업이 뜻을 함께 하여 기부를 통한 사회운동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치료비와 운영비, 시민 후원금 등 모든 수입과 지출은 투명하게 운영하고 공개할 수 있게 실천할 것입니다.
점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기업도 보다 자발적으로 장애인 복지에 관심을 갖고 재활전문병원 건립에 참여해주길 희망합니다』라며 건립 계획을 설명했다.
“기부는 나눌수록 점점 커집니다”
사회봉사에 대해서 백 동문은 『저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납니다. 뛰어난 사람들은 참 많지만, 변함없이 한길을 가는 사람은 몇 사람 없는 것 같습니다. 푸르메재단 운영을 하면서도 느끼지만 한길을 가는 어리석은 사람이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겁니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고 많아지길 바랍니다. 우리 연세 동문 중에서도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이 나오신다면 당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라며 본인만의 지론을 말해주었다.
기부문화에 대해서는 『기부라는 것은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는 것 같습니다. 저도 많이 하진 못하지만 10군데 정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어려운 사람을 제가 도와주지 않고서 다른 이에게 도움을 달라고 청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박원순 변호사가 말한
「성공할 수 있는 습관이 바로 나눔이다」처럼 기부를 통해서 제가 더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기부를 받을 사람에 대해서 한번 생각하게 되고 나눠?왜뇩? 입장에서 또 생각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나눴을 때 저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원금과 노력, 봉사를 받는 사람이 행복한 게 아니라 기부를 함으로써 제가 행복해지고 더 기부를 할 수 있는 동기를 얻게 됩니다』라며 모교 동문들도 한번 본적도 없는 가난과 장애라는 이중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스스로가 흔쾌하게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푸르메 연세인
모교에 대해서 『연세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서 나누고 베푸는 마음이 참 큰 것 같습니다. 푸르메재단만 해도 활동하고 계신 동문으로 김성수 이사장님, 이사로 활동 중이신 원택스님이 계시고 MBC 아나운서인 나경은 동문도 뜻을 함께해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매년 많은 대학생들이 자원봉사를 오는데 그중에서도 모교 재학생들이 가장 많습니다. 제가 아는 연세인의 공통점은 자유롭고 순수한 면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멋진 장점이 있습니다』라며 모교 동문들에 대한 백 동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섬김의 리더십으로 사회에 진출할 연세인에게 백 동문은 꾸준한 마음으로 정진해주길 바랬다.
『끝까지 자기 자신에 대한 열정과 믿음을 갖고 포기하지 않으면 모든 걸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취업도 힘들고 경제도 많이 어려워서 젊은이들이 꿈을 가질 수 없는 시대라고들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전진한다면 이룰 수 ?왜습니뇩?. 인간의 능력에 있어서 뛰어난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가는 사람이 이기는 것입니다』
유태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