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획연재 ③ ‘최고의 재활병원’ 푸르메재단의 실험

‘최고의 재활병원’ 푸르메재단의 실험

국내에도 시설과 인력을 제대로 갖춘 재활전문병원을 만들어보자며 동분서주하는 이들이 있다. 민간 단체인 푸르메재단은 2012년 5월 경기도 화성시에 150병상 규모의 재활전문병원을 짓기로 하고, 병원 건립에 필요한 자금을 시민들의 기부나 기업의 후원 등을 통해 모으고 있다. 병원 부지는 장애인 재활의 필요성에 공감한 화성시가 지난해 11월 1만2000㎡를 내놓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재단 쪽은 “앞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과 함께 공동 캠페인을 벌여 시민 모금을 본격화하고, 뜻을 같이하는 기업들의 후원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기부, 기업후원 통해 목표액 350억 중 37억 모아
화성시 부지제공... 저소득층도 마음편히 치료받게

기부로 짓는 만큼, 재단은 기존 병원과는 다른 운영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우선 경제적인 사정으로 재활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환자들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정태영 푸르메재단 기획팀장은 “재활치료가 꼭 필요해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 비율이 전체의 60% 가까이 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이런 장애인들이 겪는 아픔을 덜어주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의학적으로 필요성이 인정되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치료도 환자들이 큰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병원은 또 장애인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도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정 팀장은 “장애인 재활에 있어 무엇보다도 큰 부담이 바로 간병인 비용”이라며 “독일·스위스 등 선진국처럼 장애인이 혼자 입원해도 재활을 비롯한 치료를 받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재단의 재활전문병원 건립이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치료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병원 건립과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 모금이 가능할지에 대한 염려도 적지 않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번 병원 건립에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느냐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이들의 재활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젠 장애인 복지에 기부할때”

백경학 푸르메대단 이사

“우리는 누구나 다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후천적인 장애가 전체 장애의 90%를 차지할 정도이니까요. 장애인들이 재활치료를 제대로 받아 장애를 최소화하고 사회에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병원 건립은 바로 우리의 미래를 위한 일입니다.”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푸르메재단의 백경학(사진) 상임이사는 재활전문병원 건립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이 더 이상 방치되지 않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 데 기초가 되는 재활치료 여건 마련에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단을 만든 지 4년이 지난 현재, 모금한 돈은 병원 건립에 필요한 350억원의 10% 정도다. 백 이사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기부문화가 확산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며 “못 배운 시절을 떠올리며 적지 않은 이들이 교육기관에 많은 돈을 기부했던 것처럼 이제는 장애인 복지를 위해 기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푸르메재단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의 공동 캠페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는 이들은 연말정산에서 기부한 액수를 100%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백 이사는 “기업의 참여도 단지 한 번 기금을 내는 것을 넘어서 건립된 병원에서 임직원이 자원봉사를 할 정도로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 가운데 하나인 장애인을 위한 사회공헌사업에 많은 기업들이 적극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사진 푸르메재단 제공

[한겨레] 기획연재 <장애인, 재활이 희망이다.>
 1. ① 떠도는 장애인들 - 석달마다 이 병원 저 병원…
‘부활 꿈’ 꺾는 재활시스템
2009-09-02
 2. ① 떠도는 장애인들 - 환자의 경제상황 맞춘 다양한 전문병원
2009-09-02
 3. ② '스위스 마비센터' 재활프로그램 - ‘하반신 마비’ 마틴, 
휠체어 경주 ‘제2의 삶’ 꿈꾼다
2009-09-03
 4. ② '스위스 마비센터' 재활프로그램 - 혈관질환도 예방적 재활 필요 
연금보험사 인수로 활로 찾아
2009-09-03
 5. ③ 60만 재활에 병상 4200개…전문병원 확충이 ‘첫 단추’
2009-09-04
 6. ③ ‘최고의 재활병원’ 푸르메재단의 실험
2009-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