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획연재 ② '스위스 마비센터' 재활 프로그램 - 혈관질환도 예방적 재활

혈관질환도 예방적 재활 필요 연금보험사 인수로 활로 찾아

» 심장질환이 있어 재활이 필요한 사람들이 독일 뮌헨의 회엔리트 재활병원의 수영장에서 체조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독일 뮌헨에 있는 회엔리트 병원은 심장질환자들을 위한 재활전문병원이다. 재활이라고 하면 흔히 하반신 마비 같은 지체장애를 떠올리기 쉽지만, 마비를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하나인 심장 및 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예방적 재활도 필요하다. 심근경색 등이 나타나면 뇌 조직이 죽어 뇌졸중·언어장애 등 몸의 여러 곳에서 장애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돼지고기·소시지 등 열량이 높은 음식을 먹는 독일 남부 지역의 식사 습관으로 심장 및 혈관 질환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1967년 문을 열었다. 아심 쉐퍼 병원장은 “심장질환자의 경우 이전에는 하루 종일 뉘어놓은 채 안정시키고 식사 조절로 증상을 덜 악화시키는 게 세계적인 추세였다”며 “하지만 우리 병원에서는 적절한 신체활동, 근육운동, 수중치료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심장질환자들의 재활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적절한 투자가 계속 이뤄지지 않아 병원 시설이 노후화하는 등 한때 어려움에 처했으나, 97년 독일의 한 연금보험회사가 인수하면서 획기적인 변화를 맞았다. 운동부하치료실·수영장·체육관·수치료실 등 재활에 필요한 시설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게 됐고, 환자 한 명당 의사 및 치료사 수도 다른 병원에 견줘 거의 2배에 이르게 됐다.

병원을 인수한 연금보험회사 쪽은 심장질환으로 장애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면 장애연금 지급에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쉐퍼 병원장은 “병원의 환자 가운데 70%가 연금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인데 제대로 된 재활을 통해 다시 일터로 내보내면 그만큼 장애연금 지급분이 줄어드는 셈”이라며 “연금보험 쪽도 장애를 입은 환자 쪽도 모두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치료비는 연금보험·건강보험·실업보험 등에서 대부분 지급하므로, 환자들에게는 거의 부담이 없다. 이 병원은 최근에는 노동자들의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치료 서비스로까지 영역을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다.

뮌헨/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