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획연재 ① 떠도는 장애인들 - "환자의 경제상황 맞춘 다양한 전문병원
"환자의 경제상황 맞춘 다양한 전문병원 필요"
하지만 부단한 재활치료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동작을 하는 데 많은 호전을 보였고 휠체어에 의지하기는 하지만 환자를 진료하는 등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임무를 충실히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사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덕분에 다른 환자들보다는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 치료를 더 잘 받았다고도 할 수 있다.
최근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뇌졸중으로 반신마비 등이 생긴 환자나 교통사고로 팔다리 마비 등과 같은 중상을 입은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장애로 심각한 신체적·정신적인 상처를 입는다. 이렇게 같은 처지에 놓인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현 제도 등에 답답한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약 15년 전인 1995년 교통사고로 목을 크게 다쳐 졸지에 걷는 것은 물론, 손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척수장애인이 됐다. 당시 병원에서 재활의학과 전임의를 하던 시절이었는데, 이제 환자 진료는 말할 것도 없고 보통 사람들처럼 살 수도 없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넘어 두려움이 밀려왔다.
»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뇌질환이나 척수손상 등 중추신경계 손상에서의 회복은 크게 신경학적 부분과 기능적인 부분으로 나뉜다. 신경학적 회복은 근력 및 감각 등이 회복되는 것이며, 기능적 회복은 식사, 씻기, 용변 보기, 걷기 등과 같은 일상생활 동작의 호전을 말한다. 대체로 신경학적 회복은 손상 뒤 3~6달, 기능적 회복은 6~12달까지 계속된다. 근력은 더 좋아지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일상생활이나 걷기 등은 그 이후에도 계속 좋아진다는 말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재활치료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외래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이미 1년 넘게 지난 환자들이 절반 이상이다. 가까운 곳에 만족할 만한 재활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재활이 필요한 환자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부터 하루하루 벌어 먹고사는 사람 등 사회경제적 계층도 다양하다. 부자들은 더 좋은 치료가 없나 하면서 외국까지 기웃거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기본적인 재활치료도 받을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활에 꼭 필요한 치료라 할지라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많으며, 장애인의 이동 등이 현실적으로 제약을 받기 때문에 가난한 이들은 더욱 치료에서 소외되기 쉽다. 따라서 환자의 현실적인 경제 상황에 맞춰 다양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재활전문병원이 필요하다.
현재 건강보험 적용 범위로는 환자도 의료진도 만족할 만한 치료를 해 줄 수가 없다. 병원 처지에서도 재활병동 자체가 거의 항상 적자다. 초기 집중적인 재활치료로 장애를 입은 환자들의 기능을 최대한 되살려주고, 이들이 가정이나 직장 등에서도 큰 문제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재활체계를 개선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한겨레] 기획연재 <장애인, 재활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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