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정부대책 시급한 장애인 비만

정부대책 시급한 ‘장애인 비만’

정태영 (푸르메재단 기획팀장)
“병원에 오는 것이 즐거워요. 살 빼는 치료 받을 수 있어서 좋구요, 매니저 형이랑 여기 직원 누나들이 잘해줘서 좋아요. 주사맞는 건 무섭지만, 건강해지려면 이쯤은 씩씩하게 견뎌야죠.”
푸르메재단과 대한비만체형학회를 통해 비만치료를 받고 있는 황모씨의 말이다. 살이 조금씩 빠지고 있어서 무척 즐겁다고 한다.
황씨는 지적장애 1급 장애인이지만 사교성이 좋고 낙천적이어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유형이다. 그러나 몸이 무겁다. 키는 173cm이고 몸무게는 122kg으로 비만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만도를 측정하는 기준인 BMI 지수(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며 통상적으로 지수가 25를 넘기면 비만으로 본다)가 무려 40에 달한다.

그는 현재 모 장애인복지관 직업적응훈련반을 다니는데 평소 뚱뚱하다는 놀림을 받는다고 한다.

장애 악화시키고 합병증 유발

다리가 너무 굵어져서 마찰 때문에 허벅지에 열상을 입기도 하고 화장실에 다녀오면 소변이 옷에 묻기도 해서 냄새가 심하다. 비만이 당뇨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어머니 등 가족의 걱정도 컸다. 이쯤 되면 본인도 살을 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리라.
다이어트를 여러번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보다 못한 장애인복지관의 담당 사회복지사가 매일 점심식사 후 런닝머신을 30분 정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었지만 살은 그대로다.
황씨는 4월부터 강남의 한 병원에서 비만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매주 1번씩 병원을 방문해서 치료를 받았다. 약물치료와 마사지, 운동요법, 식사량 조절 등으로 꾸준히 관리한 결과 두달 만에 4kg이 줄었다. 목표 체중이 80kg라는 걸 생각하면 아주 미세한 변화이지만 황씨에게는 작지 않은 희망이다.
많은 장애인들이 비만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비만은 장애의 정도를 악화시키고 여러가지 합병증을 낳아 건강에 치명적이다. 그러나 장애인은 꾸준한 자기관리가 어려워서 비만 증세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비만치료는 건강보험에서 지원받을 수 없는 비급여 항목이어서 경제적으로 소외된 대다수 장애인들의 경우 문제는 심각하다. 장애가 비만을 낳고, 비만으로 장애의 정도가 깊어지는 악순환이 확대되고 있다.

장애인 53%가 비만에 시달려

푸르메재단이 장애인 생활시설과 이용시설의 장애인 1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3%가 비만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내 성인 비만율 31.5%(200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의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비장애인의 비만에 대한 폭발적인 사회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장애인의 비만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실태조사와 정책적 접근이 정말 시급하다.
2009-06-24 오후 12:50:0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