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장애 딛고 장애아 고치는 인술
장애 딛고 장애아 고치는 인술
푸르메재활센터 무료진료 한의사 허영진씨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어린이재활센터 진료실. 목발을 짚은 허영진씨(41)가 울고 있는 장애 어린이와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간호사와 함께 어린이를 겨우 병원 침대로 옮긴 허씨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허씨는 금방 어린이와 친해져 뽀뽀를 하면서 침 치료를 시작했다. 허씨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제가 행복합니다”라며 웃었다.
한의사 허영진씨가 27일 서울 신교동 푸르메어린이재활센터에서 장애 어린이를 돌보고 있다.
한의사 허씨는 2006년부터 푸르메재단이 저소득층 장애 어린이를 위해 운영하는 재활센터에서 무료봉사를 하고 있다. 방배동에서 따로 한의원을 하고 있지만 매일 오전 재활센터를 찾아 ‘사랑의 의술’을 베풀고 있다.
허씨는 목발 없이는 걷기 힘든 지체장애 2급 장애인. 소아마비를 앓아 목도 가누지 못했다. 허씨는 “어렸을 때는 앉혀 놓으면 쓰러지는 문어 같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정성으로 한의원을 꾸준히 다니면서 7살 때부터 목발에 의지해 걸을 수 있게 됐다. 허씨가 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무료봉사를 시작한 이유다.
허씨에게 6개월 이상 장기치료를 받은 장애 어린이만 68명이다. 공식적인 진료 봉사 횟수만 500여회, 2만여 시간에 달한다.
허씨는 특히 다운증후군 어린이들이 기억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치료하면 점차 외모가 달라지고, 말을 조금씩 하는 기적과 같은 일련의 과정을 보면 보람과 함께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재활센터에는 제대로 된 진료실 없이 침대 2개만 놓여 있을 뿐이다. 치료에 들어가는 한약재 등 값비싼 재료비는 대부분 허씨가 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작 허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허씨의 꿈은 모든 장애아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허씨는 “장애 아동은 단순히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짊어져야 할 부분”이라며 “푸르메센터를 1호점으로 전국 곳곳에 재활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강병한·황경상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입력 : 2009-02-27 17:53:18ㅣ수정 : 2009-02-27 20:2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