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삭풍 녹이는 ‘훈훈한 연탄’
![]() |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서울 거여2동서 2000장 배달
“이제는 아픈 허리를 뜨끈하게 지질 수 있겠어. 행복해.”
17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거여2동에 사는 이순문(72) 할머니는 수북이 쌓여가는 연탄을 바라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할머니 집 앞에선 외환은행 임직원, 삼성SDS 사회봉사단원 등 100여 명이 줄지어 200장의 연탄을 배달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동아일보, 사랑의 연탄 나눔운동, 푸르메재단이 함께 마련한 ‘사랑의 연탄 배달’ 캠페인에 참여해 연탄 2000장을 거여2동 저소득 10가구에 배달했다. 이날 연탄나눔은 외환은행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연탄을 보며 아이처럼 좋아하는 이 할머니는 그간의 외로움도 잊은 듯 보였다. 할머니는 10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아들 내외와 살아왔다. 하지만 3년 전 며느리까지 암으로 사망하면서 6평 남짓한 집에 혼자 남게 됐다. 아들이 지방에 있는 직장에 취업해 항상 집을 비우면서 외로움은 커져만 갔다.
더구나 생계를 위해 청소부 일을 하다 허리 디스크가 생겨 진통제를 먹어야 잠을 이룰 수 있는 처지. 허리가 아플 때마다 따듯한 아랫목이 생각났지만 아들이 근근이 주는 생활비 월 10만 원으로는 충분히 난방을 하기 어려웠다. 지난해에도 마루에 연탄난로 하나만 두고 추위를 견뎌야 했다.
푸르메재단 김성수 이사장은 “비싼 외식비를 조금만 줄여도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연탄이 들어갈 수 있다”며 “연탄을 받아 놓을 공간조차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연탄 저장창고를 하나둘씩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탄나눔 운동은 2월 28일까지. 후원을 하려면 지정 계좌로 5만 원(한 가정이 한 달 동안 사용할 연탄 100장)이나 15만 원(한 가정이 겨울을 날 연탄 300장)을 보내면 된다. 우리은행 1005-201-112568(예금주 재단법인 푸르메), 농협 059-01-284168(예금주 사랑의연탄나눔운동). 문의 푸르메재단 02-720-7002, 사랑의연탄나눔운동 02-334-1042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