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미디어]푸르메나눔치과 장경수 원장


장애 없는 치과 장애인 전문 푸르메나눔치과 장경수 원장

서울 종로구 신교동의 한 건물 1층에는 드물게 치과가 들어서 있다. 그곳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푸르메나눔치과. 민간 최초로 만든 장애인 전문 치과다. 1년 전 병원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장경수 원장은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치아 건강을 돌보고 있다. 매주 금요일이면 영등포 서울수치과 원장에서 푸르메나눔치과 원장으로 변신하는 그가 뿌리고 있는 마음의 씨앗, 나누는 기쁨에 대해 들어보자.

 



따뜻한 무심함

지난 7월 18일은 민간 최초의 장애인 전문치과인 푸르메나눔치과가 문을 연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장애인 전문치과가 왜 필요했을까? 일반 치과는 주로 2~3층에 위치한데다 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장애인들이 마음 편히 치료를 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장경수 원장은 설명한다.

“일반인들도 대개 아플 때까지 버티다가 치과에 갑니다. 게다가 저희 환자들은   기본적인 장애가 치과 치료보다 더 급한 문제라 치아 건강은 우선순위에서 밀리죠. 치과 진료라는 게 돈도 많이 들고요. 관리도 잘 안 되니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이곳에선 환자들의 생활 형편에 맞게 20~50%의 치료비 감면이 이루어져 환자들의 부담도 줄였다.

그에게 개원 1주년을 맞은 감회에 대해 물었다. “제가 워낙 무심한 사람이라서 특별한 감회는 없어요. 처음에 시작할 때도 1~2년 하다 말 것이 아니고, 꾸준히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동안 많은 성장을 하지는 못했지만, 별 탈 없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은 모두 도와주신 분들 덕분이죠.”

지난 1년 동안 총 232일, 4280회의 치료가 푸르메나눔치과에서 이루어졌다. 요즘엔 하루 평균 20명이 넘는 환자들이 찾아온다. 환자들 대부분이 1·2급의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고 청각장애나 정신지체, 자폐증을 가진 환자인 경우에는 의사소통까지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에겐 그것도 자신의 무심한 성격 탓에 문제되지 않는다며 웃는다.

“일반 치과와 다른 점은 있죠. 하지만 장애인이나 일반인이나 똑같이 환자로 생각하기 때문에 별로 어려웠던 기억은 안 남아 있어요.”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TV 프로그램을 보며 눈물 흘리고, 환자들에게 늘 환한 웃음으로 이야기하는 그가 말하는 무심함. 그것은 오히려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 짓지 않는 따뜻하고 공평한 마음에 가깝지 않을까.

참여할 기회를 만나서 고마워

원래 장경수 원장은 장애인 재활전문병원 설립을 위해 만들어진 푸르메재단의 정기후원자 중 한 사람이었다. 재단에서 장애인 전문치과를 만드는 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그는 기쁘고 고마웠다고 말한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어려운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낮춰 받으면 덤핑이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죠. 하지만 저뿐 아니라 치과의사들 중에는 참여할 수 있는 기회만 있다면 얼마든지 나설 사람들이 많아요. ‘잘됐다, 너무 고맙다’ 싶어 하게 됐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이렇게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것이 정말 기쁘다고 말한다. “치과대학에 입학해서 대학교수가  될 때까지 간간히 봉사를 했는데 당시에는 찾아온 환자들만 주로 치료했습니다. 이제는 제가 먼저 한 걸음, 아니 반 걸음이라도 다가가서 치료한다는 것이 기쁩니다.” 그는 다른 병으로 다치거나 아픈 사람들을 볼 때면 치과의사의 길을 선택한 것에 회의가 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아쉬움을 계속 극복하지 못하고 치과의사란 직업이 그냥 운명인가보다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죠. 제게 이렇게 봉사할 수 있는 계기가 찾아와준 게 고맙습니다.”





평생을 위한 하루의 행복


현재 푸르메나눔치과에는 장경수 원장을 비롯해 13명의 자원봉사 의료진들이 참여하고 있다. 작다고도 할 수 있지만 매주 자신의 일을 접고 하루를 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런 노력과 시간이 그에게 기쁨을 준다.

“매일 회사 출근하다 보면 그것도 지겹잖아요. 일주일에 하루는 다른 일터로 출근하니 좋다고 쉽게 생각하면 되는 거죠. 친척들이나 가족, 형제자매들은 못사는데 나만 잘산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행복하지 않거든요. 독불장군은 무슨 일이든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사실 이 세상에 혼자 있으면 장군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혼자서 아무리 잘살아봐야 행복해질 수 없어요. 주변 사람들도 잘살아야 같이 놀 수 있어서 좋은 거죠.”

장경수 원장은 이러한 마음의 씨앗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나누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뇌가 되는 조건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욕심을 크게 품기로 했다. 좀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욕심이다. “장애인 인구가 4백만 명인데 치과는 달랑 여기 한 곳입니다. 장비도 부족하고 장소도 좁습니다. 각 도와 광역시에 하나씩만 있어도 좋을 텐데, 부산이나 대구, 저 멀리 나주에서까지 찾아오시니까 안타깝죠.”

현재 푸르메치과는 얼마 안 되는 수익마저 장애인 재활을 위한 종합병원 건립을 위해 저축하고 있다. 아직 몇몇 기업과 개인후원자들만 있을 뿐 정부의 지원도 없는 형편이라 그의 욕심이 채워지는 것은 먼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무심해서 쉬 지치지 않을 것 같은 그는 첫 마음을 읽지 않고 평생 한결같기를 다짐한다. 모든 장애 환자들과 함께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희망의 에너지가 그의 뇌에서 넘쳐 흐른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  사진·김명순
푸르메나눔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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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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