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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영진 한의사(오른쪽)가 푸르메재단 한방장애재활센터를 찾은 아이에게 침을 놓고 있다. |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단 한방장애재활센터.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들어선다. 천사같이 맑고 귀여운 모습은 여느 아이들과 다를 게 없지만, 이들은 대부분 뇌병변과 지적 장애를 가진 장애아동들이다.
이곳에 한방장애재활센터가 생긴 것은 지난해 8월이다. 1층에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푸르메나눔치과가 들어섰다는 소식을 듣고 한의사 허영진(요한 마리아 비안네, 39, 서울 방배동본당)씨가 한방 진료도 같이하면 어떻겠느냐며 봉사를 자처해 시작됐다.
6개월 과정으로 진행되는 치료 프로그램에서 침과 약침, 수기(한방지압), 한약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장애아동을 돌보는 허씨 또한 소아마비로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하는 2급 지체 장애인이다. 매주 월ㆍ화ㆍ목ㆍ금 오전 10~12시 두 시간 동안 양 겨드랑이에 목발을 짚고 서서 진료를 해야하지만 힘든 기색이라곤 전혀 없다.
사실 그가 장애아동 치료에 나선 것은 2000년부터다. 방배동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그는 자신의 한의원에서, 또 정립회관과 라파엘의 집에서 장애아동을 위해 봉사했다.
"장애아동은 만 3살 이전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간 장애아동을 치료해오면서 36개월 이전에 '혼자 앉기'가 가능한 아이는 치료 후 잡고, 서고, 걷고, 말하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조기에 치료를 시작한 아이들이 치료 효과와 치료율이 높았고요."
그는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치료기준이 전혀 없는 한방에서 다년간의 경험으로 나름대로의 치료기준을 마련했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치료를 해주고 싶지만 우선은 치료 효과를 보고자 5살 이전 아이 20여 명을 치료하고 있다.
"걷는 것이나 말하는 것은 마치 한순간 변화 같지만 그 이전에 호전 단계를 거칩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말을 하고 걷는 순간보다, 안정된 수면을 취하고 말귀를 알아듣고 의사 표현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이 아이는 걷겠구나' '곧 말을 하겠구나'하는 확신이 들 때 보람이 큽니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차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아이들 증세가 호전돼 오는 기쁨은 잠시지만 회복이 더디거나 고치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마음에 각인된다"며 "임상적 치료가 향상돼야 한다"고 했다.
"장애아를 둔 부모는 장애아를 뒀다는 것만으로도 큰 고통을 느낍니다. 두 번째로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게 없다는 것에 더 큰 고통을 느끼고요. 현대의학으로 아무 치료도 못 받는다고 생각했던 다운증후군 아이가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전국 광역시에만이라도 장애아동을 위한 한방치료센터가 생겨나 전국 장애아동들을 흡수하고, 우리나라에 장애아동 치료센터가 시스템화되는 것이 목표다.
"언젠가 이런 시설들이 전국에 생기리라 봅니다. 한의학으로 한국을 넘어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 외국에서까지 장애아동을 치료하고 나아가 현대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한의학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꿈입니다."
"의학이 발전해도, 선진국에도 후진국에도, 과거에도 현재에도 장애아동은 일정 수가 항상 존재해 왔다"면서 "우리 아이가 건강한 이유는 옆집 어떤 아이가 장애를 대신 가져줬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면 장애아동은 더 이상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감사해야 할 대상이 될 것이고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장애아동의 재활치료를 위해 많은 한의사들이 함께해주시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