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장애인 살맛나는 ‘배려 천국’ 화성시
장애인 살맛나는 ‘배려 천국’ 화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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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보훈회관 화장실 안에 설치된 거울은 보통 거울과 달리 앞으로 15도 가량 기울어져 있어 휠체어에 탄 장애인들도 쉽게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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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턱없애고 거울 15도 기울인 보훈회관 등
약자 눈높이 맞춘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
작은 배려가 즐거운 곳이 있다. 상대가 장애인이거나 노약자면 더욱 그렇다.
26일 오전 경기 화성시 남양동 화성시 보훈회관에서 만난 1급 지체장애인 김영하(47·여)씨는 “복도나 화장실에 장애인 손스침(핸드레일)이 설치됐고 모든 게 편리하다”고 했다. 지난 9월 보훈회관으로 협회 사무실이 이사하기 전만 해도 일반 사무실에서는 “불편해서 화장실은 가지도 못했다”던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런 ‘작지만 큰 배려’는 화성시가 지난 10월 전국 처음으로 ‘화성시 공공시설물 유니버설 디자인 조례’를 제정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는 나이와 성별, 신체적 능력의 차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이 쉽도록 건물을 지으라는 것이다. 다 지어진 건물의 시설을 뜯어 고치는 ‘무장애 디자인’과 달리 ‘유니버설 디자인’은 아예 건물 설계 때부터 이를 반영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평생디자인’으로 불린다. 비용도 절약된다. 처음부터 이런 시설을 도입하면 비용은 기존 건물을 바꿀 때의 절반 정도만 든다.
최영근 화성시장은 “사회적 약자에게 비장애인의 눈높이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눈높이를 그들에게 맞추는 배려가 필요하다”며 “각종 공공시설물은 설계 공모 때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하고,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하려는 민간시설물에 대해서는 시설비의 일부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보훈회관에 이어 지난달 20일 문을 연 화성 노인복지회관, 그리고 오는 12월 문을 여는 여성청소년센터인 ‘유 엔(앤드) 아이’ 역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됐다. 오는 2010년 100%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된 종합경기타운이 준공되면 화성시는 ‘약자들을 위한 배려 천국’이 될지도 모르겠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