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나라 살림 쪼들려도 빈곤층 계속 지원해야
나라 살림 쪼들려도 빈곤층 계속 지원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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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국민들이 느낄 체감온도는 더 낮아질 것이란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럴 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물어보나마나 저소득층, 취약계층, 소외계층이다. 이들은 장사가 안 되고 일자리가 불안해져 수입이 줄어들면 외식이나 여가 비용을 줄이는 사람들이 아니라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다. 쌀 살 돈이 떨어지고 전기료·난방비가 없어지면 누군가의 작은 도움이라도 지푸라기처럼 붙잡고 싶어지는 계층이다.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질 때 이들이 추운 겨울을 버텨 낼 수 있도록 하는 사회안전망이 더욱 긴요하다. 저소득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실직자 등 취약계층의 생활이 파경에 이르지 않도록 정부와 민간 부문이 따뜻한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많은 중산층과 서민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이들이 다시 사회안전망 부실로 인해 파국의 나락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지난 외환위기 때의 아픈 경험이 재현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이들 빈곤층에 대한 지원에 자꾸만 인색해지는 모습을 보면, 그래서 걱정스럽다. 정부는 올해 빈곤층 지원금을 10%가량 줄였다고 한다. 내년 예산을 봐도 사회복지비 확대에 소극적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내년도 수정예산안을 보면, 최하위 취약계층인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 확대에 2000억원, 실직자 지원에 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당초 예산안에서 수급권 대상자를 2만 명 줄였다가 다시 1만 명 늘려 잡으면서 나온 금액이어서, 실질적인 지원금액 증가라고 보기 어렵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수급권자와 실직자가 더 늘어날 것인데도 이런 증가추세를 반영하지 않아, 결국 이들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경기가 안 좋아지자 개인 소액기부자들의 기부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어떤 사회복지단체는 모금활동을 벌인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예상 모금액을 낮춰 잡았다고 한다. 또 다른 단체는 소액기부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거나, 기부자들이 정기 기부액을 깎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온다.
여기에다 기업들마저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기부 등 사회공헌활동을 축소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다행히 우리 기업들의 각종 사회공헌 지출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LG, SK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비용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4년 전년 대비 13.1%(1조2284억원) 증가했다가 2006년에는 28.7%(1조8048억원) 늘었다. 민간 기업들의 기부활동 등 사회공헌은 아직 선진국만큼 활발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정부가 다하지 못하는 사회안전망의 한 축을 맡고 있다. 또 기업 기부금이 정부의 복지예산처럼 광범위한 곳에 활용되지는 못해도, 부족한 정부 예산이 채 미치지 못하는 그늘진 곳에서 긴요하고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장기적으로 기업 스스로에게도 득이다. 민간의 자발적 나눔문화를 확산시킴으로써 기업과 사회가 공생하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더 두꺼운 담요가 필요하다. 경제가 힘들수록 정부가 사회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업도 더 적극적으로 사회공헌에 참여해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는 따뜻한 사회를 기대해 본다.
김성재 푸르메재단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