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마음의 충치를 뽑는 병원, 푸르메 나눔 치과 사람들
다큐! 이 사람
이른 아침 서울 종로의 한 아담한 치과에 한나씨가 발을 절룩이며 들어선다. 치료를 받는 동안 아버지 이병규씨는 안절부절 이지만 그녀는 인상 한 번 쓰지 않는다. 치료가 끝난 후 이어지는 꼼꼼한 의사 선생님의 설명, 그제야 비로소 아버지 얼굴에 빙그레 웃음이 맺힌다. 이 곳은 일반인들은 올 수 없는 전국에 단 하나 뿐인 장애인 전용치과이다.
푸르메 나눔 치과
장애인 전용 치과다 보니 이래저래 진료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대화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고 몸의 움직임이 어려운 분들도 있다 보니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진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년 하루 평균이 19명, 더 자주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마음은 환자뿐이 아닌 ‘푸르메 나눔 치과’ 10여 명의 의사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이 곳에 참여하고 있는 10여 명의 의사들은 각자 자기 직장이 따로 있다. 일주일에 하루, 휴가를 내거나 병원문을 닫고 와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다. 영등포에 근사한 자기 치과를 가지고 있지만 오늘 오전만큼은 ‘원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의사’가 되는 날, 일주일에 한번 반나절 짬을 내어 무료 진료를 하는 것뿐인데 이걸 봉사라 해도 될지 장경수 원장은 민망하기만 하다.
원장실이나 휴게실도 없이 진료 의자 석 대뿐인 소박한 진료실이 좁게 느껴진다. ‘푸르메 재단’ 백경학 이사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백경학 이사가 처음 장경수 원장을 찾은 건 지난 2004년, 고교 동창인 장경수 원장에게 ‘푸르메 재단’의 숙원 사업이었던 ‘장애인 종합병원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부터다. 좋은 일할 기회가 없나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장경수 원장으로선 반가운 제안이었다.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제자와 후배 의사 아홉 명을 불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오후를 나눠 시작한 첫 진료, 협소한 진료 여건보다 놀라웠던 건 장애인들의 심각한 구강 건강 상태였다. 거기에 장애인 진료 경험이 별로 없던 의사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았다. 환자 앞에 무릎을 꿇고 또 글씨로 대화를 나누고... 장애인 전용 ‘푸르메 나눔 치과’에서는 이러한 모습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 ‘푸르메 재단’ 백경학 이사는 이 풍경이 너무 자랑스럽다.
‘푸르메 나눔 치과’가 사랑 받는 최고의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일반 치과 절반 수준의 치료비일 것이다. 의사들의 자원봉사와 후원자들의 도움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100인 후원회’는 여러 사람이 조금씩 보태어 기금을 마련, 궁극적으로 저소득 기초 수급 생활자들에게 무료 진료를 하는 것이 목표이다. 현재는 30~40명 정도의 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
지난 7월 17일 ‘푸르메 나눔 치과’가 감격의 1주년을 맞았다. “먼 걸음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잘 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 다.” 깊이 숙여 인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 더 가보고 싶은 곳. ‘푸르메 나눔 치과’에는 착한 사람들만 산다.
<후원문의 : 푸르메재단 02-720-7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