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투데이] 마음씨를 퍼뜨리자

[칼럼]마음씨를 퍼뜨리자 / 푸르메나눔치과 장경수 원장

장경수 푸르메 나눔치과 원장

우연히 어떤 TV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우리 사회의 외딴 곳, 소외되어 어려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이다. '내가 도울 일이 있을까?'라는 적극적인(?) 마음으로 자세를 고쳐 앉아 프로그램을 주시한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내가 처음 가졌던 자신감과 교만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여념이 없다. TV를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저 막막하다는 것. 어디서부터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내가 재벌이라면 하는 생각을 잠깐이나마 했을 정도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나를 배려해서일까. 프로그램 후반부에는 소외되고 어려운 그 분들이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보여준다. 아! 얼마나 기쁘고 안심이 되던지. 세상엔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에 왠지 뿌듯해지기까지 하다.
어떤 이는 그다지 넉넉하지 않으면서도 밥 한 술, 국수 한 그릇, 찐빵 한 개를 소외된 이웃과 나눈다. 그 것을 받는 사람, 그러한 장면을 주변에서 본 사람, 이러한 사실들을 간접적으로 들어서 아는 사람. 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씨'가 뿌려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렇다! '씨', 바로 '씨앗'이다. 그 씨앗이 뿌리를 깊이깊이 내려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은 씨에서 단단한 뿌리가 내려 그로부터 새싹이 돋아나고 열매를 맺을 때, 비로소 우리 주변의 소외된 사람들은 사라질 것이다. 그것은 어느 소수의 능력이나 일부의 노력에 의해서는 요원한 일이다.
최근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장애인복지재단 푸르메 재단에서 운영하는 ‘푸르메 나눔치과’가 개원한 1년이 됐다.
1년 전, ‘푸르메 나눔치과’를 계획하고 추진하던 때의 느꺼움이 새롭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소외계층인 장애인들의 치과 치료에 있어서 매 순간순간, 겸손함, 살아있다는 기쁨 그리고 행복감을 느낀 쪽은 오히려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된 자원봉사 의료진들이었음이 분명하다.
장애인 치과 진료, 어찌 보면 대단한 일이다. 국가에서조차 행하지 못하는 일을 한 민간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하지만 결코 1, 2년 일과성으로 진료하다 말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의 꾸준함이 더 많이 필요하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의료진들에게는 비록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책임감과 성실함을 놓지 않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지만, 환자들의 수요에 비하면 턱없는 실정이다. 남쪽 끝에서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을 뵐 때마다 오시는 그 길이 오히려 더 힘들고 고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지만 그 분들이 갖고 있는 희망의 크기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 희망에 최소한이라도 응답하기 위해서 ‘푸르메 나눔치과’ 건립 초기에 가졌던 진지한 마음을 결코 흐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나눔과 사랑의 마음씨가 더 많이, 더 멀리 퍼질 수 있도록 현실적인 참여와 후원이 필요하다. 전국 각지, 필요한 곳마다 ‘푸르메 나눔치과’와 같은 장애인 전문치과가 생겨서 장애인분들이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진료 받을 수 있는 그 날을 꿈꾼다.
결코 꿈으로만 그칠 수 없기에 내가 행복하려면 내 이웃이 행복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슴 깊이 새기며, 오늘도 힘차게 한 걸음을 더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