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유럽·일본의 장애인 시설 탐방기

■ 유럽·일본의 장애인 시설 탐방기

〈장애인천국을 가다〉

장애인. 열에 아홉은 후천적이다. 누구나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땅의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은 ‘잔혹’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등 제도적 진전이 없진 않았지만 이들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은 장애인인권선언이 주창된 1975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건 제때 알맞은 치료만 이뤄진다면 무수히 많은 이들이 평생 장애의 멍에를 지지 않아도 될 일이란 점이다.

이 책은 민간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 등이 유럽과 일본의 장애인 재활병원과 시설을 직접 둘러보고 쓴 탐방기다. 이들이 소개하는 이들 나라의 장애인 병원과 시설은 외진 곳에 있지 않다. 누구나 가고 싶은 명승지나 아름다운 호숫가에 자리잡고 있다. 가장 부러운 건 장애인과 환자 중심의 프로그램과 운영이다. 맞춤형 치료, 퇴원 후에도 환자의 집을 찾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병원, 최고의 장인에게 기술을 직접 배우는 작업장 …. 책이 소개하는 장애인 재활병원 및 시설들은 우리네 장애인들에겐 ‘꿈의 현장’이다. 제목대로 ‘천국’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 나라들의 장애인들에겐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다. 이 엄청난 간극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됐나, 우린 왜 이렇게 하지 못할까? 책이 던지는 궁극적 화두는 어쩌면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일 것이다. 백경학 외 지음/논형·1만4000원.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