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람이 그리워 택한 길… 행복하고 신나
사람이 그리워 택한 길… 행복하고 신나
치과의사에서 보험 영업사원 된 김상환씨
매주 장애인 무료진료 · 의술은 봉사 수단으로
입력 : 2007.12.20 01:07
입사 4개월차의 보험 영업사원 김상환(35·푸르덴셜생명)씨는 전직(前職)이 좀 특이하다. 그는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2004년 경기도 분당에 병원을 개업해 올해 초까지 ‘원장님’ 소리를 듣던 치과의사다. 그가 개업 3년 만에 잘되던 병원을 후배에게 넘겨주고 보험영업사원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선언하자 주변 선후배·동료들은 깜짝 놀라며 말렸다. 심지어 보험사 면접 때 면접관조차도 “당신 진심이냐?”며 만류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렇게 큰소리쳤다. “심심풀이로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되던 병원까지 그만둔 겁니다.”
김씨는 지금 새벽부터 밤 12시까지 곳곳을 누비며 세일즈한다. 때론 문전박대도 당한다. 월 수입은 병원을 운영하던 때의 10분의 1. 하지만 그는 “요즘처럼 인생에서 행복했던 시절이 없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가 보험 영업을 그토록 보람차다고 생각하는 건 “사람들을 만나 세상과 삶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내게 딱 맞는 일이기 때문”이다.
▲ 치과 병원장을 그만두고 보험 영업사원으로‘제2의 인생’을 사는 김상환씨.
그가 ‘치과 의원 원장님’을 그만둔 것도 사람들을 더 많이, 더 깊이 만나고 싶어하는 그에게 진료실은 너무 비좁았기 때문이다. 그는 한때 공부를 더 해 볼까도 생각했다. 그러다가 한 친구의 권유로 보험 관련 강연을 들은 날 김씨의 인생은 바뀌었다. “많은 사람들과 인생의 꿈, 가족의 행복에 대해 실컷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일이 거기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후 8개월 동안 새로운 도전을 위한 준비를 했다. 씀씀이를 줄여 향후 2년간 먹고살 만큼 저축도 했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이든 믿는다”며 격려해 준 아내의 응원은 큰 힘이 됐다.
▲ 매주 1번씩은 장애인들을 위한 진료를 한다.
최수현 기자 pa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