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박근혜, 고난 벗삼고 진실 등대 삼아
박 전 대표 ´불행했던´어린시절 회고한 글 기고
"정치적 이유로 부모님 온갖 매도…내 자신과 싸우는 시간이었다"
2007-03-05
“국민을 위해 살라고 ‘덤’으로 주어진 인생…지금 시련·고통들은 차라리 가벼운 것”
작년 지방선거 당시 유세 도중 ‘칼날 테러’를 당한 박근혜 전 대표가 병원 응급실에서 처음 꺼낸 말이 바로 “많이 놀라셨죠”였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박 전 대표는 치료를 마친 직후 곧바로 접전지 대전으로 내려가 지원유세를 펼치는 강인한 의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이렇듯 박 전 대표는 일생일대의 비운을 여러 번 겪으면서도 항상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단정함과 의연함까지 고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그 무엇, 일각에서는 이를 ‘신비스러운 카리스마’라고 정의내리기도 한다.
그의 이런 엄청난 ‘내공’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박 전 대표가 이에 대한 해답을 직접 밝혔다. 그것은 바로 ‘고난을 벗 삼고 진실을 등대 삼는다’ 는 것. 박 전 대표는 5일 푸르메재단에 기고한 글에서 과거 부모를 잃고 난 뒤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닦았던 자신만의 ‘수양법’을 공개했다.
“저울에다 보람과 고통을 올려놓고 저울질 할 때, 나의 저울에선 보람이 고통을 상쇄하지 못한다. 그러나 운명 앞에서는 한없이 속절없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나는 목적을 향해 끝까지 나아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운명이 지워준 책임과 사명을 다 하지 않고 외면할 땐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1989년 11월 3일 박근혜의 일기장)
박 전 대표는 글 첫머리에 자신의 과거 일기의 한 부분을 다시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20대 나이에 부모님을 모두 총탄에 잃어버리고 저와 동생들은 절망의 끝에서 충격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며 “저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아버지를 곁에서 모시던 분들이 하나 둘씩 떠나가고, 정치적인 이유로 부모님이 온갖 매도를 당하는 것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나에게 남겨진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숨 쉬는 것조차 힘이 들었고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가족끼리 손을 잡고 나들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도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 하는 생각이 너무나 간절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가 그 고통을 이겨내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 시간은 한마디로 내 자신과 끊임없는 대화를 하면서 제 자신과 싸우는 시간이었다”며 “동서양의 고전을 읽고, 명상을 하고, 매일 일기를 쓰고, 저를 돌아보면서 마음의 중심을 잡아갔다”고 밝혔다.
그는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인생이란 다른 사람과의 싸움이 아니라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고, 그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스스로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다스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고 ‘깨달음’의 결과를 공개했다.
또 “재산이나 명예, 권력도 결국 한 순간 사라지는 한줌 재에 불과할 뿐이고, 올바르게 사는 인생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삶이라는 평범하면서 소중한 진리를 체화할 수 있었다”며 “그 때부터 내 삶에서 고난은 오히려 저를 격려하는 벗이 되었고, 진실은 저의 길을 밝히는 등대가 됐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의 원천은 바로 ‘사람’, 즉 국민이었다.
“시장의 할머니,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 거리에서 만나는 평범한 이웃들이 나의 손을 잡고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다. 그 분들의 진정어린 사랑과 격려가 있었기에 삶의 저울에서 고통이 보람보다 훨씬 크다고 해도 그 고통을 이겨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지방선거 때 피습을 당하고 난 후에는 이런 생각이 더 뚜렷해졌습니다. 죽을 고비를 아슬아슬하게 넘기면서 그 때부터 제게 주어진 삶은 ‘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나라와 국민을 위해 살라고 ‘덤’으로 주어진 인생인데, 지금 저에게 오는 시련이나 고통들은 차라리 가벼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국민에 대한 박 전 대표 특유의 ‘희생’정신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전 대표는 “정말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오히려 새로운 희망은 다가온다”며 “고난을 벗 삼고 진실을 등대 삼는다면 인생의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글을 맺었다.
[윤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