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뉴스]환자중심의 재활병원 건립하는 백경학 이사
푸르메재단 오는 2008년 50병상의 재활병원 건립목표
2005-9-3
장애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의 자립과 사회 복귀를 위한 선진국형 재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환자 중심의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재단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3월 무모한 도전 이라던 주위 사람들과 정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로부터 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은 푸르메 재단(이사장 김성수)은 오는 2008년 50병상 구축을 목표로 환자중심의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일 푸르메 재단 백경학 상임이사를 만난 위드뉴스는 재단의 설립배경과 향후 계획 등 푸르메 재단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푸르메 재단, ‘아내의 교통사고로 인한 경험들’
위드뉴스(이하 위드) : 오는 5일부터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지 않습니까? 사진전과 아울러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재단 이름을 푸르메 재단으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백경학(이하 백) : 제가 살고 있는 집이 일산 외곽에 있는 푸르메 마을이라는 곳입니다. 그리고 ‘푸르메’라는 것은 푸른 산이라는 뜻 아닙니까? 푸르메라는 것이 건강, 재활의 이미지와 맞다고 생각해서 이름을 푸르메 재단이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위드 : 푸르메 재단을 설립해야겠다고 생각하시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백 : 일전에 집사람과 함께 독일로 연수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연수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스코틀랜드로 자동차 여행을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었죠.
그 날 사고로 아내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스코틀랜드에 있는 병원에서 다리를 절단하게 됐어요. 그 후 독일로 이송해서 7개월간 입원한 후 한국에 귀국해 병원을 이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하더군요.
의료보험 제도도 잘 안되어있는 한국 병원은 병원 수는 적은데 환자는 많아 한 번 이용하려면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일들을 경험하면서 외국에서 되는 것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왜 안되는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아내와 제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환자 중심의 정원 형태의 병원을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 하게 되었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푸르메 재단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환자중심의 재활전문 병원을 만들고 싶어요”
위드 : 그렇다면 푸르메 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환자중심 병원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백 :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이나 영국병원은 24시간 내내 환자 중심의 치료를 하고 있어요. 한국의 경우 의료진이 환자에 대한 별다른 보살핌이나 의료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이들 나라에서는 그건 가족의 몫이 아닌 당연히 병원의 몫이라는 거죠.
또 재활병원의 경우 정서적 환경이 중요한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원들은 시내 중심에 고층 빌딩으로 세워져 있죠. 그런데 외국의 경우에는 환자의 정서적 환경까지 고려해 재활병원이 운영되고 있어요.
위드 : 그런 경험들은 사고를 당한 후 영국이나 독일에서 계시면서 느낀 것들이죠? 그렇다면 이런 시설적인 측면이나 의료서비스 외에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에 대한 부분들에 차이점은 없었나요?
백 : 한국에서는 면담 신청 등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환자가 담당 주치의를 직접 만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아내가 영국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주치의가 매일 아침 찾아와 30분에서 1시간 가량 아내의 상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답니다.
우리나라의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병원이 많아져야하고 환자는 의사들의 아래에 있다는 의사들의 의식구조도 변경되어야 해요. 만일 사회적 구조와 의식이 전환되지 않으면 환자와 의사가 동등하지 못한 관계로 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의 가능성과 희망, 그리고 변화
위드 : 우리나라는 모금을 통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잘 안되어 있는데 처음에 병원을 설립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백 : 푸르메 재단이 기금이 많은 것도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또 이런 일을 하겠다는 것이 무모한 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런 일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뜻 있는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5년 후에는 장애문제, 재활문제 등 사회복지 문제가 결합한 것들이 우리나라에서 큰 이슈가 될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해요.
위드 : 재활전문병원을 세우겠다고 생각한 뒤 허가받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고 들었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백 : 저희가 처음에 병원을 건립하려고 신청했을 때 정부측에서는 꿈도 꾸지 마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어요. 3년간 일해 온 실적과 건립비용 절반 이상이 모금이어야 하는 등의 문제를 제기했어요
하지만 저희가 사회적으로 취약한 부분은 민간이나 제3섹터에서 해야 하는 것 이라며 정부측을 설득했죠. 끝내는 푸르메 재단 설립 허가 유무를 논의하기 위해 심의위원회가 별도로 생겨났고 이것을 토대로 설립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죠.
위드 : 스코틀랜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후 삶이 바뀌셨잖아요. 이 땅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과 장애 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
백 : 인생의 차선이 바뀌는 것은 순식이에요. 제가 건강할 때는 건강한 사람만 보이지 힘든 사람은 보이지 않았어요. 중도장애인 같은 경우 꿈도 희망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 그들은 조금씩 가능성과 희망, 변화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불행한 사람들이 오히려 가진 사람들보다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습니까? 이런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장애에 대한 편견도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진전 외에 콘서트, 책 출간 등 계획하고 있어
위드 : 푸르메 재단의 연간계획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그리고 주위에서는 푸르메 재단이 일반 장애인 단체와 유사한 방법으로 일을 해 나가는 것 아니냐는 기우를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백 : 중요한 것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어떤 방법을 시도할 것이냐 하는 것 입니다. 푸르메 재단은 우선적으로 인식개선사업에 중점을 둘 것입니다. 기존의 사회단체와 같은 성격을 띠게 될지도 모르지만 장애인들의 문제점이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사안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또한 푸르메 재단은 장애단체가 아닌 시민사회단체의 성격을 가지고 일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향후 병원이 건립되고 운영해 나갈때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하는지 정체성을 찾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연간계획은 오는 5일부터 10일까지 장애인 사진전을 개최하고 내달 14일에는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장애인 가수와 비장애인가수가 함께 하는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는 11월에는 각계 각층 인사들의 가장 힘든 순간과 장애를 가졌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경험들을 책으로 묶어 출간할 계획입니다.
2008년, 환자중심의 재활전문병원 건립 목표
오는 2008년이면 의사 중심이 아닌 환자중심의 자연 친화적 전문재활병원을 만나게 될 전망이다. 푸르메 재단은 2008년까지 100억원을 모금하여 수도권에 50병상을 가진 전문재활병원을 건립할 예정이다. 그리고 초기 전문재활병원이 모범적인 사례가 된다면 각 지역별로 재활전문병원을 건립, 특성화 시켜 의료서비스를 공유하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이 날 위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백경학 상임이사는 “푸르메 재단의 뜻에 함께 하는 이들의 경제적 후원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큰 힘은 행사가 있을 때 마다 관심을 갖고 푸르메 재단을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푸르메 재단은 오는 5일부터 10일까지 있을 ‘세상을 만나는 또다른 시선’ 전시회를 통해 장애인들이 사회적 편견 때문에 신음하는 모습부터 행복해하는 모습, 기뻐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한다. 또한 푸르메 재단과 함께 하길 원하는 사람은 푸르메 재단 홈페이지(www.purme.org)나 사무실 (02-720-7002)을 통해 동참할 수 있다.
김지숙 기자 mjs0413@w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