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장애인 15명의 특별한 송년여행 “행복해요”
장애인 15명의 특별한 송년여행 “행복해요”
28일 오전 7시30분 경남 거제시 학동 몽돌해수욕장.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15명의 장애인들이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여 섰다. 저마다 손에는 노란색 종이비행기가 들려 있었다. 일출과 함께 날려보낼, 새해 소망을 적은 종이비행기다.
28일 ‘새해맞이 여행’에 참석한 15명의 장애인들이 경남 거제시 학동 몽돌해수욕장에서 새해소망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려보내고 있다.
박혜원양(19)은 “소망이 너무 많아서 밤새 고민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구름의 심술로 해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방은 어슴푸레하다. ‘하나, 둘, 셋’ 소리와 함께 손을 뻗자 종이비행기가 어둠을 뚫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들의 새해 소망도 날아오른다. 얼마 뒤 구름 사이로 이글거리는 해가 떠오른다.
지난 27~28일 푸르메재단 주최의 ‘2007년 새해맞이 여행’은 참석한 장애인들 모두에게 특별한 여행이었다. 장애로 인해, 주변의 시선 때문에 집 밖에 나서는 것은 엄두도 못냈던 이들의 모처럼의 외출이었다.
최기창(59)·차재엽(52·여)씨 부부에게 이번 거제도 여행은 ‘신혼여행’이나 다름없었다. 결혼 27년째. 척수장애와 교통사고로 인한 절단장애를 앓고 있어서 마음놓고 여행 한 번 해보지 못했다. 부부가 함께 푸른 바다와 일출을 본 것도 처음이다. 수평선 위로 해가 모습을 드러내자 차씨는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행복해 하는 아내를 바라보던 최씨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픈 몸으로도 뇌졸중을 앓는 시어머니를 5년간 극진히 보살핀 아내에게 여행 한 번 제대로 시켜주지 못해 항상 마음 한 구석이 안 좋았는데 너무 기뻐요.”
박혜원양 등 서울농학교 고3 학생 6명은 ‘졸업여행’을 왔다. 대학 진학과 사회진출로 진로가 나뉘는 이들은 쉴새없이 수화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웨딩드레스 전문가가 꿈인 박양은 내년 3월 대구대 패션디자인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박양은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참을 것”이라며 “장애인이라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지체장애 1급 김창수씨(31)에게는 ‘오랜만의 외출’이었다. 김씨는 “집안에만 있는 것이 답답했는데 여행을 와서 바람을 쐬니 너무 좋다”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장애인 복지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라는 김씨는 “여기서 다른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을 보니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음에 친구와 함께 다시 거제도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민간재활전문병원 설립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공익재단인 푸르메재단이 주최하고 국내 굴 가공전문업체 중앙씨푸드가 후원한 이번 여행에는 지체장애, 절단장애, 청각장애 등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장애인 15명이 참여했다.
〈김유진기자 actvoic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