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랑의 연탄 "나누면 그늘까지 훈훈"

[사랑의 연탄]1500장 차곡차곡…“나누면 그늘까지 훈훈”

 

LG전자 임직원과 LG전자 대학생봉사단 50명이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7동에서 생계가 어려운 5가구에 사랑의 연탄 1500장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 푸르메재단

“춤추듯 몸을 휘휘 돌려서 전달하면 힘이 덜 듭니다.”

칼바람에 코끝이 시린 16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신길7동 골목길. 붉은 장갑과 앞치마로 무장한 학생과 시민 50명이 일렬로 늘어서 “영차, 영차!” 소리를 내며 옆 사람에게 연탄을 전달했다.

시간이 지나며 슬며시 배어 나오는 땀방울에 두세 겹 껴입은 옷까지 벗어던졌다. 이날 신길7동 마을의 저소득층 5가구에는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연탄 1500장이 배달됐다.

이날의 연탄배달원은 푸르메재단의 강지원 공동대표와 LG전자 인재육성팀 최종국 상무, LG전자 임직원 및 대학생자원봉사단 50여 명. LG전자는 본보와 푸르메재단, 사단법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이 벌이는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에 연탄 10만여 장을 살 수 있는 4000만 원을 기부했다.

“여태껏 여기저기서 연탄을 빌려 쓰느라 미안했는데, 올겨울은 거뜬하겠어.”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이금자(64) 할머니는 창고에 연탄이 한 장 한 장 쌓일 때마다 불편한 허리를 굽히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이 할머니는 얼마 전 공사장에서 막일을 하다 시신경을 다쳐 시각장애인으로 25년을 살다 간 남편의 49재를 지냈다. 유일한 수입이었던 장애인 보조금마저 끊겨 매일 동네 폐휴지를 주워다 판다.

 

그는 남편 생전에도 난롯불 한번 피우지 못했다. 전기장판 하나로 매해 겨울을 버텼다는 이 할머니는 “올해는 고마운 분들이 주신 연탄으로 종일 연탄난로를 피울 수 있겠다”며 얼굴 가득 미소를 띠었다.

같은 신길7동 마을에 살고 있는 채기탁(73) 할아버지의 단칸방에 발을 딛자 냉기에 발가락이 오그라들었다. 종이 문짝 사이로는 칼바람이 숭숭 들어왔다. 채 할아버지의 집에는 기름보일러가 있지만 기름 2만 원어치가 나흘밖에 가지 않아 안 쓴 지 오래다.

채 할아버지는 올해 여름까지 경비원 생활을 했지만 나이가 많아 그만두고 이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폐지를 모아 판다. 4년 전 아내와 사별한 그는 아들 3형제를 두고 있지만 연락이 없어 홀로 지내는 날이 대부분이다.

채 할아버지는 “연탄 300장이면 올겨울은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지 않아도 되겠다”며 “오늘 당장 애물단지인 기름보일러 대신 연탄보일러를 사러 나가야겠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LG전자 고객서비스팀에서 근무하는 인도인 하빌 싱그(26) 씨도 봉사단의 대열에 섞여 열심히 연탄을 날랐다. 그는 “인도에도 빈민지역 10가구 중 5, 6가구는 연탄으로 겨울을 난다”며 “한국의 겨울은 추운데 어려운 분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가쁜 숨을 내쉬며 말했다.

푸르메재단 강 대표는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연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낀다”고 말했다.

LG전자 최 상무는 “소외계층이 월동 준비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연탄 보내기를 통해 관심과 사랑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겨울 사랑의 연탄 나눔운동은 현재까지 기업과 개인에게서 총 3억 원을 모금했고 연탄 150만 장을 1000여 가구에 전달할 계획이다.

사랑의 연탄 나눔운동의 원기준 사무총장은 “나의 작은 관심이 한 장에 300원인 연탄을 살 수 없어 떨고 있는 이웃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고마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 연탄 배달 신청은 푸르메재단(www.purme.com) 02-720-7002. 기부 접수는 푸르메재단 02-720-7002, 동아일보 사업국 02-2020-0540,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02-334-1045

이 설 기자 snow@donga.com

2006년 12월 18일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