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 [매일경제]

 

"언젠가부터 중도 장애로 걸을 수 없게 된 환자들에게 담당의사들이 '당신은 강원래 씨와 같은 하반신 마비 증상입니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러면 환자들 이 증상을 쉽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제 나는 중도 장애인의 본보기가 돼 버 린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의 어깨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이왕이면 다른 장 애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

물론 나의 꿈은 다시 걷는 것이다.

그러 나 1%의 가능성도 없는 그런 희망을 꿈꾸기보다는 나와 같은 장애인들이 당당 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장애를 입은 인기가수 강원래 씨가 최근 출간된 책 ' 사는 게 맛있다'에 쓴 내용이다.

'사는 게 맛있다'는 유명인들이 푸르메재단과 함께 장애인의 재활과 치료에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출간한 책이다.

"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고, 그렇게 커진 사랑은 세상에 희망의 싹을 틔운다"는 김수환 추기경의 축사를 시작으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탤런트 김혜자 씨, 작가 박완서ㆍ김영현 씨, 원택스님, 강지원ㆍ박원순 변호사 등 23명이 보내온 에세이를 실었다.

저자 중에는 본인 스스로 장애를 이기고 삶을 개척한 사람들도 눈에 띈다.
가 수 강원래 씨를 비롯해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 화상을 극복한 이지선 씨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선천성 소아마비환자로 척추암과 싸우며 강단에 서는 서강대 장영희 교수는 이 렇게 말한다.
"생명만 유지할 수 있으면 희망은 늘 있게 마련이다.
슬픔이 있 지만 분명 희망도 존재하고 좌절이 있지만 기쁨과 행복도 존재하는 게 세상살 이다.

석양 속에 예쁜 오징어배가 떠 있는 아름다운 세상,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이 세상, 정말 콩알만큼의 희망만 있어도 이 세상은 살만하지 않을 까." 참 아름다운 글이다.

책에는 이 밖에도 대학시절 교통사고로 얼굴 등 전신에 화상을 입지만 절망을 딛고 현재 미국 보스턴에서 장애인 재활상담학을 공부하 고 있는 이지선 씨, 휠체어 생활을 하며 국내 유일의 장애인 문예지 '솟대문학 '을 창간한 방귀희 씨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이지선 씨는 "끔찍한 사고를 당한 후 산소호흡기를 떼고 일주일 만에 마신 한 모금의 물맛을 잊지 못한다"고 책에 썼다.

물 한 모금이 때로는 세상 모든 것 과 바꿀 만한 감동을 주는 곳, 그곳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다.

매년 3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교통사고나 질병 등 후천적인 이유로 장애인이 된다.

하지만 이들을 수용하고 재활을 돕는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푸르메재 단은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재단이다.

이번 책을 판매해서 생기는 저자들의 모든 수익은 재활전문병원 건립기금으로 쓰인 다.

출판사 이끌리오 역시 수익금 전액을 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아름다운 책이다.

 

 

출처: 매일경제신문, 2005-11-25, 허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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