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중심이 되는 재활병원  세울것” [동아일보] 2004-08-16

백경학(白庚學 41)씨는 기자였다. 1996년 가족과 함께 독일 연수를 떠날 때 그의 목표는 오직 좋은 기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연수가 백씨의 인생을 바꿔버렸다. 귀국을 한 달 앞두고 떠난 영국 스코틀랜드 여행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것. 다행히 가족 모두 살았지만 부인 황혜경씨(39)는 왼쪽 다리를 잃었다.

거듭된 수술과 재활치료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백씨는 기자의 길을 접었다. 독일에서의 체험을 살려 맥주를 직접 양조하는 호프집을 열었다. 백씨는 이제 세상이 알아주는 대형 맥주레스토랑 체인의 사장이다. 일부 언론에 성공한 사업가로도 소개됐다. 가족의 삶도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세상만사 새옹지마’라 생각하기에는 부인의 치료과정에서 백씨가 느낀 국내 재활치료 시스템에 대한 실망은 너무 컸다. 백씨는 맥주사업으로 번 돈 전부를 들여 재활전문병원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진이 세심하게 보살펴 주는 인간적인 병원이 꿈

1999년 귀국 이후 경험한 국내 재활의료의 현장은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다. 비좁은 병상에 다닥다닥 붙어 누운 환자들, 불러도 대답 없는 의료진.
그가 구상하고 있는 것은 환자 중심의 재활병원이다. 가족이 옆에서 보살피지 않아도 입원기간 내내 의료진이 세심하게 보살펴 주는 인간적인 병원.
백씨의 꿈은 혈관 및 척수질환 재활전문병원 설립을 목표로 하는 ‘푸르메재단(www.purme.org)’의 발족으로 하나하나 구체화하고 있다. 재단의 이사장은 김성수(金成洙) 성공회대 총장이 맡았으며 박원순(朴元淳)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강지원(姜智遠) 어린이청소년포럼 대표 등이 이사로 참여했다.

백씨는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150병상의 병원은 작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 하나의 작은 시작이 ‘환자 중심의 병원’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고 백씨는 믿고 있다. 푸르메재단의 발기인대회는 17일 오후 8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문의 02-738-8012.
손택균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