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치아, 환한 미소로 답해요

무더위가 한창인 8월 중순,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치위생사 3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장애아동 구강검진사업> 진행을 위해 아이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아이들


오늘 방문하는 곳은 중증장애아동들이 살고 있는 ‘라파엘의 집’입니다. 1년 전 장애아동 구강검진을 시작한 뒤 지역 시설을 둘러보다 우연히 발견한 곳입니다. 골목길을 수백 번은 오갔을지도 모르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마치 가정집과도 같은 곳에 작은 팻말 하나가 라파엘의 집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을 떠올리며 집에 들어섰습니다. 푸르메치과 김경선 치위생사는 장비를 풀고 기구를 정리하며 검진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면서 장애아동들에 대한 지난 1년간의 경험과 주의사항을 동료들에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김경선 치위생사(왼쪽에서 두 번째)는 치료할 동안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얼굴과 손발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고 일러주었습니다.
김경선 치위생사(왼쪽에서 두 번째)는 치료할 동안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얼굴과 손발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고 일러주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자원봉사를 하러 온 이하은(가명, 한국조리과학고 2년) 학생도 있었습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방문입니다. 장애인 곁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 하나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구강 내 치주염 바이러스가 신경이나 심장에 퍼지면 심장 이상이나 팔, 다리가 아픈 심각한 병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설명에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도 어느새 열의에 가득 차 활짝 웃기도 했습니다.


치과 치료는 미소를 싣고


선생님들과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아이들의 이름이 호명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자기 이름이 호명되자 마치 꾸중이라도 들은 양, 마스크를 쓴 의사 선생님 앞에 쭈뼛거리며 섰습니다. 치과가 무섭기만 한 아이들. 그걸 잘 알고 있는 선생님은 진료 전에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한참동안 안부를 주고받았습니다. “안녕~”, “잘 지냈어?”, “그 동안 양치질은 잘 했니?”, “오늘 기분은 어떠니?”. 선생님의 이런 자상한 모습을 보면서 미소원정대라는 이름이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면 치료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사라집니다.
의사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면 치료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사라집니다.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나면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칫솔로 양치질을 해줍니다. 이 때 모든 아이들이 입을 잘 벌리고 있는 건 아닙니다. 어떻게든 입을 열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거나 잘 하다가도 치위생사의 손을 꽉 깨물어 버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손과 발은 물론이고 움직이는 얼굴까지 잡고 있어야 간신히 양치질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치질을 한 다음 검진을 하고 치주염을 예방할 수 있는 불소도포를 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아이들을 달래며 움직이지 못하도록 팔과 다리를 단단히 잡으면서도 걱정이 앞섭니다. 행여 아이들이 아플까 마음을 졸입니다. 신중을 기하는 치위생사들 옆에서 도와주는 내내 손에 땀이 나도록 긴장합니다.


“아~” 입을 벌리며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 불소를 도포해 치료를 완료했습니다.
“아~” 입을 벌리며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 불소를 도포해 치료를 완료했습니다.

두 시간을 쉼 없이 달려온 치료는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칫솔을 14명의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끝이 났습니다. 구강상태가 좋지 않은 몇몇 아이들은 치석제거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장정 두 명도 감당하기 힘든 아이들을 달래며 양치해 주었던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충치 하나 없이 간단한 치료만으로 끝나는 아이들이 늘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라파엘의 집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최선을 다해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명이 힘을 모아 한 아이의 치석제거를 무사히 끝냈습니다.
여러 명이 힘을 모아 한 아이의 치석제거를 무사히 끝냈습니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할까봐 서둘러 짐을 싸서 나왔습니다. 깨끗해진 치아만큼 밝은 꿈을 꾸길 바라며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더 잘 해주지 못한 미안함과 다음에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들이 뒤섞여 피곤함도 잊을 수 있었습니다.


치위생사와 자원봉사자 그리고 담당 선생님들이 치과 치료를 하고 있는 모습.
치위생사와 자원봉사자 그리고 담당 선생님들이 치과 치료를 하고 있는 모습.

모든 아이들의 이가 반짝이는 그 날까지


푸르메재단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이 점을 고쳐주세요’ 시간. 담당 사회복지사로서는 가장 긴장되는 시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서로가 아쉬웠던 점과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하며 다음 봉사에서는 개선하기로 합니다.


더 나은 장애아동 구강검진사업을 위한 필수 과정 ‘이 점을 고쳐주세요’ 시간.
더 나은 장애아동 구강검진사업을 위한 필수 과정 ‘이 점을 고쳐주세요’ 시간.

치과치료가 시급한 아이들을 진료하는 사업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부족한 예산이 걱정됩니다. 이제까지는 신한은행에서 지속적으로 기금을 마련해주고 있는 덕분에 매년 많은 곳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장애아동들의 구강검진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밖에도 많은 사업들을 내년에 펼치려면 더 많은 기업들과 기부자들이 손을 잡아주셔야 합니다. 푸르메재단은 앞으로도 기부자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장애아이들의 환한 미소를 계속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글, 사진 = 강정훈 간사 (나눔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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