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서 추석을 미리 맛보세요

[9월 특집] 추석 명절, 색다르게 준비하기


민족 대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온 가족과 친척이 모이는 명절을 앞두고 음식이며 선물을 어떻게 준비할지 분주한 마음에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신속하고 편리하게 원하는 것을 집어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 정취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전통시장에서는 느리지만 쫄깃쫄깃 재미있게 추석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을 소개합니다.


§ 푸르메재단과 경복궁역 사이... 재미 쏙쏙 통인시장에 가면


수많은 전통시장들 중에서 자연스레 발길이 닿은 곳은 종로구에 위치한 통인시장. 오래된 한옥과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가게들이 보물처럼 숨어있고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서촌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푸르메재단에서도 멀지 않아 직원들이 출퇴근하는 길이나 짬이 날 때 들르기도 하는 정겨운 동네시장입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서촌의 중심부에 자리한 통인시장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서촌의 중심부에 자리한 통인시장

통인시장에는 떡, 과일, 채소, 건어물, 고기, 생선 등 없는 게 없습니다. 천장에는 민화들이 이어져 있고 가게마다 조형물과 그림 등으로 특색을 표현하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생선 가게에 두둥실 매달린 생선 조형물과 김밥집에 붙어 있는 사람 얼굴을 한 김밥 이미지가 어서 오라고 손짓합니다.


다양한 차와 건강탕을 다릴 때 필요한 한약재를 파는 곳. 가게 안을 빼꼼히 들여다보는 서당 소년 그림이 보인다.(왼쪽) 해산물을 펼쳐놓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는 가게(오른쪽)
다양한 차와 건강탕을 다릴 때 필요한 한약재를 파는 곳. 가게 안을 빼꼼히 들여다보는 서당 소년 그림이 보인다.(왼쪽) 해산물을 펼쳐놓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는 가게(오른쪽)

통로가 넓은 편이라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양쪽을 빈틈없이 채운 다양한 가게들을 구경하다보니 어느덧 시장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고객만족센터’에 도착합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통인시장의 옛 모습에 대한 이야기와 이곳을 지키는 상인들의 사연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아까 갔던 가게에는 이런 사연이 있었구나.’하고 가게 주인의 삶의 흔적에도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도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 도시락으로 추석 음식 미리 맛보기 


통인시장은 점심 때가 되면 유난히 북적입니다. 이유는 특별한 도시락을 먹기 위해서입니다. 1개당 500원인 엽전을 사서 반찬가게, 분식점, 떡집 등에서 반찬을 내 맘대로 골라 담아 먹을 수 있으니 당연히 인기 만점입니다. 추석에 장만하는 음식들로 도시락을 만들어볼까요? 주어진 엽전으로 다양한 반찬들 중에서 맛있는 조합을 만들어내는 게 관건입니다.


엽전 판매처. 엽전을 내면 통인시장의 다양한 먹거리로 도시락을 만들 수 있다.
엽전 판매처. 엽전을 내면 통인시장의 다양한 먹거리로 도시락을 만들 수 있다.

나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엽전 4개를 내고 고소한 냄새가 폴폴 풍기는 도라지, 취나물, 고사리를 담았습니다. 3색 나물을 보니 밥 한 공기는 금세 비울 것 같습니다. 다음은 모듬전 차례입니다. 몇 걸음을 옮기니 노릇노릇하게 익은 전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전 이외에도 잡채며 콩자반이며 우엉조림 등 감칠맛 나는 반찬들이 빈 도시락통을 든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가게 주인은 “호박전, 명태전, 동그랑땡 등 전 종류가 제일 잘 나간다.”고 말하며 반찬을 담는 손놀림이 분주했습니다. 9월 6~7일이 가장 바쁜 날이 될 것 같다고 귀띔합니다.


전을 전문으로 하는 반찬가게 주인이 먹음직스럽게 담긴 모듬전을 집고 있다.
전을 전문으로 하는 반찬가게 주인이 먹음직스럽게 담긴 모듬전을 집고 있다.

반달 모양으로 빚어 솔잎으로 쪄 낸 추석의 대표 음식 송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갓 찐 쑥송편을 능숙한 솜씨로 정돈하고 있는 가게 주인을 발견했습니다. 한과, 약과, 콩때기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마지막 남은 엽전 한 개를 만지작거리며 우물쭈물하고 있었는데 깨랑 녹두를 넣은 송편 2개를 척하니 담아줍니다.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는 송편은 가게의 효자상품. 사람들은 한 근에 4천 원짜리 떡을 듬뿍 받아갑니다. 인심 좋은 주인이 담아 주니 맛도 좋습니다.


떡집 주인이 콩두깨와 녹두떡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왼쪽) 얼마 남지 않은 추석을 맞아 풍성하게 준비한 송편(오른쪽)
떡집 주인이 콩두깨와 녹두떡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왼쪽) 얼마 남지 않은 추석을 맞아 풍성하게 준비한 송편(오른쪽)

§ 사람 냄새 ‘폴폴’ 전통시장의 매력을 느껴요










 


엽전을 다 썼지만 식혜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1,000원을 내고 마신 식혜는 시원함 그 자체였습니다. 고기와 건어물을 파는 가게와도 만날 수 있습니다. 또 사찰 음식 전문점에서는 정갈한 음식에 반찬을 양껏 맛볼 수 있습니다. 입구에 경사로가 있어 휠체어도 들어갈 수 있어 편리합니다. 


 


시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할머니 한 분이 앉아서 과일가게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배, 자두, 복숭아, 사과 등 갖가지 과일이 가득해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윤기나는 빨간 사과를 고르고 있는데 “혹시 옥인아파트에 살지 않아요?”라고 묻습니다. 동네 주민인줄 알았나 봅니다.


 


59년째 과일장수를 하고 있다는 할머니는 통인시장의 산증인입니다. 서울역에서 과일 장사를 시작한 이야기부터 통인시장이 초기에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단골 고객인 동네 주민들 덕분에 그나마 유지되고 있지만 추석 대목이 예전 같지 않다며 아쉬워합니다. 과일 봉지를 쥐어주며 연신 고맙다고 웃는 할머니 얼굴이 과일을 볼 때면 떠오를 것 같습니다. 


 


휠체어와 유모차 이용자를 위해     음식점에 마련된 경사로
휠체어와 유모차 이용자를 위해 음식점에 마련된 경사로

 


 


통인시장의 터주대감인 과일가게 주인을 만나면 달콤한 과일뿐만 아니라 시장에 얽힌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통인시장의 터주대감인 과일가게 주인을 만나면 달콤한 과일뿐만 아니라 시장에 얽힌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이번 추석은 전통시장에서 풍성하고 알뜰하게 준비해 보세요.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엄선한 재료와 맛있는 음식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양한 볼거리에 오감이 즐거워지고 사람 냄새를 진하게 느끼고 싶다면 전통시장으로 마실을 떠나보세요. 명절의 설렘도 배가 됩니다.


한가위 음식으로 채운 도시락. 도시락도 맛보고 명절 음식 장만하러 오세요~
한가위 음식으로 채운 도시락. 도시락도 맛보고 명절 음식 장만하러 오세요~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