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눈으로 듣고 귀로 보고 목소리로 만지다'

[4월 특집] 영화로 만나는 장애 


# 프랑스 레스토랑을 개업한 요리사 종태. 그와 함께 일하는 희은. 종태는 요리하다가 원래 있던 자리에 소스가 없으면 신경이 예민해지지만... 사랑하는 희은과 함께 요리를 만드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레스토랑에 희은 엄마가 잠시 들르니 종태는 왠지 모르게 불안해진다. 사귀는 사람이 있냐고 묻는 엄마에게 희은은 종태를 소개한다. 흰 지팡이를 잡고 있는 종태. 그는 시각장애인이다. 


시각장애인 요리사와 비장애인 여성의 연애를 다룬 단편 영화 'Kitchen 1015'.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단지 결말이 반전인 멜로영화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장애를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또 모든 장면을 음성으로 설명해주고 자막이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새로운 방식, 새로운 시각으로 영화를 보며 인권감수성을 높여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장애인의 눈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1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포스터. 장애인의 삶을 주제로 한 37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1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포스터. 장애인의 삶을 주제로 한 37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12회째를 맞이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4월 8일~10일까지 서강대 메리홀대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납니다. 슬로건은 ‘뻥펀뻔’. ‘뻥’으로 가득한 세상을 ‘fun’ 즐겁고 ‘뻔’뻔하게 살자는 의미라고 하는데요. 장애인 인권과 감수성이 담긴 작품들을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공모 받아 다양한 주제의 10편이 선정되었습니다. 주로 중증장애인의 삶과 자립에 관한 영상이 많았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지적, 정신장애인 외 다양한 장애영역의 일상들과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됩니다. ‘살아 있는 인권의 눈’으로 바라보는 영상, 장애인도 ‘뻔뻔’하도록 소소한 일상들을 즐기는 영상과 만나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영화제가 열리는 장소까지 오기 힘든 장애인들은 원하는 장소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홈페이지(www.420sdff.com)를 통해 영화 상영을 신청하면 상영용 필름을 대여해 준다고 하네요. 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자립생활, 이동권, 빈곤, 시설, 교육권, 주거권 등 장르별로 영화를 검색해 볼 수도 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담긴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 영화 미리보기 


Cafe Imagine (감독: 최연주, 배나주, 박진희, 진영주, 이창현, 이승훈, 2013년, 10분)



카페에서 일하는 지적장애인 21살 나주와 31살 연주. 나주는 어려운 영어 메뉴를 외우는 게 쉽지 않아 주문 받을 때마다 실수를 연발합니다. 연주는 비장애 성인들처럼 운전면허를 따서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결혼도 하고 싶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지적장애인은 나이로는 이미 성인이지만 가족과 사회로부터 늘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인식됩니다. 성인으로서의 성장이 가로막힌 지적장애인 성인들의 현실을 그리고 있습니다.


*4월 8일 오후 7시, 4월 9일 오후 1시 상영  


개막작 ‘Cafe Imagine’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친절한, 배리어프리영화


서울혁신파크 배리어프리영화 정기상영관 포스터.
서울혁신파크 배리어프리영화 정기상영관 포스터.



매월 일요일마다 다양한 상영관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영화가 찾아 갑니다. 


영화가 보고 싶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기 편한 극장에 가서 화면을 ‘보고’ 소리를 ‘들으면’ 됩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에게 영화 관람은 또 하나의 ‘장벽’입니다. 대다수의 영화가 시각과 청각에 문제가 없는 비장애인을 관객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장애인 관객에겐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할 기회조차 없습니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영화는 시・청각장애인은 물론 장애에 상관없이 누구나 영화를 마음껏 즐기도록 합니다. 영화에 표현된 모든 장면은 화면해설을 통해 듣고, 소리는 한국어 자막을 곁들여서 볼 수 있습니다. 자막 읽는 것을 귀찮아하는 분이나 귀가 어두운 어르신들도 무척 좋아할 것입니다.


아직까지 국내의 배리어프리영화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편이지만,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꾸준히 제작되고 있습니다. 전문 영화인들로 구성된 (사)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는 장벽 없는 영화의 필요성을 적극 알리는 것을 넘어 배리어프리영화를 만들고 정기상영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습니다. 매월 셋째 주 일요일마다(2월 16일~12월 21일) 은평구 청년일자리허브에서 ‘서울혁신파크 배리어프리영화 정기상영관’을 운영합니다. 또 매월 첫째 주 일요일에는 홍대 네스트 나다에서, 둘째 주 일요일에는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카페에서도 열립니다. 한국영화와 해외영화,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영화를 상영한다고 합니다. 이번 일요일에는 친절한 배리어프리영화 한 편 어떠세요?


✔ 영화 미리보기 


마이 백 페이지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2011년, 141분)



혁명적 열기로 들끓던 1969년, 이상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던 신입기자 사와다는 무력투쟁으로 학생들을 혁명의 길로 선동하는 대학생 우메야마를 만납니다. 둘은 서로의 운명을 바꿀 뜨거운 순간에 처하게 됩니다. 일본의 급진적인 학생 운동이 끝나갈 무렵을 배경으로 혁명을 부르짖는 젊은이들의 드라마틱한 청춘스토리를 그린 영화. 배리어프리버전 연출 김성호 감독, 화면해설 배우 한효주, 목소리 출연 배우 김동욱, 서준영, 유다인


* 4월 6일 오후 4시, 네스트 나다 상

 배리어프리버전과 일반버전으로 동시 개봉된 ‘마이 백 페이지’


흥행작을 배리어프리 DVD로 즐기기  


‘베를린’, ‘사이코메트리’, ‘고령화가족’, ‘스파이’...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되었다는 것.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설 서울특별시립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과 한국농아인협회에서는 한국영화 4편을 DVD로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극장에 가기 어려운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그리고 관련 기관과 단체에서는 각 기관에 신청하면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자, 중증(1~3급)이거나 여성 독거 시각장애인을 우선해서 준다고 합니다.


영화는 지난해 ‘장애인영화관람데이’를 통해 상영된 12편의 한국영화 중에서 선정되었습니다. ‘장애인영화관람데이’는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답니다. 매월 셋째 주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을 더한 배리어프리 버전의 한국영화로 전국 18개 CGV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좋아하는 영화를 DVD로 소장하고 스크린에서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정리= 정담빈 간사 (홍보사업팀)


*참조=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www.420sdff.com


          (사)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blog.naver.com/kobaff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www.kbuwel.or.kr


          (사)한국농아인협회 www.deafkorea.com


          경희사이버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csd.kh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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