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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숲에서 나비를 찾다

초여름 무더위가 기승입니다. 도시에서 반복되는 일상에 몸도 마음도 금새 지치는 여름입니다.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종로장애인복지관 체력단련실에서 열심히 운동하던 이용 식구들에게도 쉼과 활력이 필요했습니다. 5월 24일, 이용 식구들과 가족들 총 28명이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에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자연의 따스함을 느끼며

종로에서 1시간 30분 달려 도착한 국립수목원은 녹음이 짙었습니다. 조선의 7대 임금인 세조가 이곳을 자신의 묘역으로 정하고 풀 한 포기 뽑는 것 조차 금지시킨지 벌써 500년이라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원시림에 절로 입이 벌어졌습니다.

우거진 나무는 푸른 빛이 눈부시고 이름모를 나비들이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었습니다. 수풀 사이로 청솔모도 뛰어 다녔습니다. 평소에 볼 수 없던 광경에 이용 식구들과 가족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습니다. 고된 재활로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자연의 따스함이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았습니다.

 

울창한 숲에 들어오니 동심의 기분이

울창한 숲 속 길을 따라 느리게 한참을 걸었습니다. 초록 잎사귀들이 만들어준 그늘이 시원했습니다. 나무그늘 아래에 둘러 앉으니 어릴적에나 가봤던 소풍이 떠오릅니다. 벌써 수십 년도 더 된 낡은 기억이지만 떠올릴수록 그리워집니다. 복지관에서 준비한 소소한 게임이 옛 추억을 새록새록 되살려 주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눈싸움 게임을 했습니다. 평소 반쯤 감긴 눈에 둔한 움직임을 보이던 분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주위 사람들을 웃게 했습니다. 어린아이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해맑게 웃는 이용 식구들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팀이 되어 게임에 참여하는 동안 가족들은 더욱 하나가 된 모습이었습니다. 이긴 팀은 작은 선물도 받았습니다. 비싼 선물은 아니었지만 진팀과 나눠갖는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왕년에 눈싸움 대장이였어.”눈싸움에는 양보가 없었습니다.


▲ 작은 선물이지만 모두 고르게 나눠갖고 승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행복의 나비는 언제나 우리 곁에

치열했던(?) 눈싸움이 끝나고 ‘나비 사진 찍어오기’ 게임을 했습니다.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나비가 날아와 열심히 쫓았습니다. 잡힐 듯 안 잡힐듯 나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앗! 여기 있네!”하고 한 사람이 나뭇잎처럼 생긴 나비를 찍었습니다. 주변으로 눈을 돌리자 숨어 있던 나비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비는 옆 사람의 머리에도 안내표지판에도 나뭇가지에도 벤치 위에도 있었습니다. 시선을 조금만 찾을 수 있는 나비처럼 행복도 숨어있을 것입니다.


▲ 나비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나비는 어디에 있나요?

함께해서 행복합니다

홍석기(43세) 씨는 8년 전에 뇌경색으로 쓰러져 몸도 마음도 너무 아팠습니다.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서 3년 전부터 다시 힘을 내고 있습니다. “아내와 오랜만에 여행을 오니 참 좋습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홍석기 씨의 아내는 휴대전화로 찍은 다정한 사진을 가족들에게 보내며 즐거워했습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함께 위기를 넘기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행사가 끝날 무렵 참여한 분들이 연신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이런 날이 다 있네요.”라며 담당자를 꼭 안아주었을 때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진심이 마음으로 전해졌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쌓였던 피로가 한 순간에 사라졌습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수목원으로 떠난 나들이에서 함께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겠습니다.

*글=손승현 작업치료사, 김요한 사회복지사 / 사진=박사희 특수체육교사, 강윤하 언어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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