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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 미국, 발달지연 시 즉시 개입 vs 한국, 만 3~4세 넘어서야 ‘장애 지각 치료’

[새정부에 바란다⑳]
미국, 발달지연 시 즉시 개입 vs 한국, 만 3~4세 넘어서야 ‘장애 지각 치료’

2022.03.20

제때 빨리 손쓰면 국가 부담 3분의 1로 줄어…발달장애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해야

한 장애아동에게 모아애착증진발달놀이 치료를 하는 모습. (사진제공=푸르메재단)
한 장애아동에게 모아애착증진발달놀이 치료를 하는 모습.

최근 조산아와 저체중아 등 장애·고위험군·경계성 아동들의 출생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데 비해 코로나19로 가정의 경제난이 심화되고 양육자의 지식 부족도 지속되면서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영유아기 발달 지연과 장애를 조기 발견하고 즉시 개입하기 위한 체계적인 제도부터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더구나 발달지연·장애 영유아를 둔 부모는 전문정보 결여, 국가지원 부족으로 조기 개입할 시기를 놓친뒤 경제적·심리적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형을 막론하고 장애가 있는 영·유아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조치는 조기발견과 적극적인 개입이 다. 영·유아기는 신체·언어·인지·사회성 등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생애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때인 만큼 이 시기 장애아에겐 발달 단계에 맞춘 치료와 교육이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조기 중재(early intervention)’라고 부른다. 장애인의 삶을 최대한 정상 궤도로 올리기 위한 ‘골든타임’이 영·유아기에 있는 셈이다.

조기진단을 통해 적기에 치료를 하게 되면 국가가 부담하는 비용 역시 궁극적으로 적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장애는 조기진단을 통해 적기에 치료하는 것이 그 어느것보다도 중요하다”면서 “만약에 이 시기를 놓쳐 장애를 가지고 살아갈 경우 개인과 가족의 불행은 물론 국가가 부담해야할 비용이 조기치료를 통해 장애를 완화하는 것보다 3배 이상 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막대한 치료 비용이 조기 중재에 뛰어든 부모의 발목을 잡는다. 보통 영·유아들은 복지관이나 사설 특수교육 센터에서 ▲언어 ▲청능 ▲미술치료 등 다양한 종류의 재활치료를 받는데 수업료 부담이 만만치 않다.

발달장애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부모의 정성과 비용 지출에 못지않게 정부의 지속적 지원이 요구된다. 연령과 관계없이 발달장애 진단과 동시에 치료와 의료비 지원이 뒤따라야한다.

하지만 지적·자폐성 장애인은 만 2세 이상부터, 척수·뇌병변 장애인은 만 1세 이상부터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다. 의료비는 장애인으로 등록돼야 지원받을 수 있다. 이 나이보다 더 어릴 때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발달장애는 의료비 지원을 받기 어렵다.

게다가 지원하는 장애아동 대상 의료비도 제한적이다. 국내 장애아동 의료비 지원제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의료비 지원은 지자체 재량사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모든 발달장애 아동에게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지원을 기다리다가 치료의 결정적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장애인 중 특히 점점 늘어나고 있는 발달장애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서는 현재 의료보험 수가의 현실화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발달장애는 대부분 중증으로 현재의 일반수가 수준에서는 병원들이 치료를 꺼리기 때문에 가중치를 주어야만 치료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우리 사회에 재활병원이 부족한 것은 낮은 건강보험 수가로 만성적인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중증 장애인환자에 대한 수가를 현실화하고 가중치를 인정하는 것이 재활치료 뿐 아니라 부족한 재활병원 건립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발달장애 아동의 조기 지원을 위한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단 한가지 영역에서라도 또래보다 발달지연을 보이면 관계 기관의 조기 개입 대상자로 지정된다. 특히 지역 센터에서 관련 문의전화를 한 순간부터 반드시 45일 이내 이들을 돕기 위한 서비스가 시행돼야 한다고 법률에서 명시하고 있다.

2020년 국내 장애아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 최초 인지 시기는 1세 미만(25.4%)이 가장 많은데도최초 진단과 서비스 이용 시기는 5세 이상(28.0%)이 대다수인 실정이다. 장애 인지 후 개입까지 장기간 허송세월하고 있는 셈이다.

2019년 육아정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장애진단과 조기개입을 위해 필요한 지원에 대해 ‘진단 후 즉시 조기 개입을 위한 지원 및 연계 시스템이 가장 필요하다’는 응답이 40.1%로 조사됐다. ‘적당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한 사례’가 33.8%로 많았으며, 그 이유는 ‘개별 맞춤 정보 부족’이 31.0%, ‘대기자가 많아서’가 22.7% 순으로 조사됐다

장애 판정 시 대처 방법과 종합적인 정보 제공 부족 등으로 시행착오를 겪는 부모가 많다. 중증장애자녀를 긴 시간 동안 돌봐야한다는 점도 장애아동 가정의 형편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 따르면 장애아동 부모는 평일에는 평균 12.3시간, 주말과 공휴일에는 18.4시간동안 자녀를 돌봐야 한다. 비장애인 부모에 비해 3배나 많은 돌봄 시간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녀가 중증장애인 경우 간병을 맡은 부모의 경제활동은 사실상 불가한 것과 마찬가지다. 한부모가정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경제활동을 할 사람이 없어 순식간에 수입이 없는 저소득층으로 전락해 버리기 쉽다.

장애아동의 눈높이에 맞는 문화·체육·놀이 등 인프라도 부족하다. 장애아동 실태조사에서 장애아동이 여가시간에 주로 하는 활동은 컴퓨터·스마트폰 사용(51.7%), TV 시청(15.5%), 등 학습(7.9%) 순으로 나타났다. 주로 실내에서 지낸다는 얘기다.

장애어린이가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장애어린이가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기 개입을 지원, 골든타임 내 치료가 적기에 시행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림대학교통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구 교수 연구팀은 장애아동 의료비 지원 사업연구를 통해 발달장애 진단과 치료가 지금보다 더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발달지연 아동을 대상으로 치료가 시작되는 연령은 만 3~4세이기 때문이다.

재활치료 업계 관계자는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흔히 수줍은 아이, 표현이 적고 서툰 아이로만 인지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뒤늦게 발달 장애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들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행동장애, 정서장애 등은 3~4세 이전에는 발견하기 힘들어 조기 진단이 더더욱 어려운 실정이며, 이를 통합적으로 치료하는 병원도 많지 않아 예방 차원의 조기 진단과 골든타임 내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아동뿐만 아니라 부모상담, 더 나아가 아동과 부모가 같이 하는 가족상담 등이 필요하며 발달장애 진단 후 치료 역시 부모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영유아기는 경험에 따라 두뇌가 변화할 수 있는 신경가소성을 특징으로 빠른 변화가 이뤄지는 발달 단계다. 인간의 뇌는 생후 첫 2년 동안 급격하게 발달하고, 만 3세 때 신경세포를 서로 이어주는 시냅스 연결망의 밀도와 형성이 최고치를 보인다. 뇌 신경의 성숙과정을 고려하면 발달에 결정적인 시기인 만 1~2세에 발달장애를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김성구 교수는 연구자료를 통해 “발달지연은 전체 소아의 5~10%에서 보이는 흔한 문제지만 적절한 시기에 치료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발달지연이 가속화돼 장애아동으로 발전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발달지연으로 본격적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연령은 만 3~4세이지만, 이번 연구결과 발달장애아동의 상당수가 만 0~1세에 첫 진단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아동의 특성상 지속적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이동하면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아 거주지역을 기반으로 한 치료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향후 정부는 권역별 공공어린이 재활병원을 중심으로 거주지역에서 체계적인 재활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국내 유일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인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이 뿌리내릴 수 있는 롤모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재활치료가 필요한 어린이는 지난해 기준 약 29만명에 달하지만 소아재활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0.5%에 불과하다. 그중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통합적 재활치료를 제공하는 곳은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이 유일하다.

운영법인 푸르메재단은 지난 2011년부터 장애어린이를 위한 재활병원을 목표로 건립을 추진했다. 시민 1만명과 500개 기업의 나눔, 지자체와 정부의 도움으로 2016년 4월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국내 최초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을 개원했다. 마포구청이 병원 부지를 제공하고, 넥슨이 총 건립비 430억원 중 200억원을 기부하면서 건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91개 병상 규모의 병원은 재활진료센터(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통합치과진료센터 등 4개 진료과를 운영하며 전문의료진의 긴밀한 협진 아래 신체, 정서 통합 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5년간 31만여명(연인원 기준)의 어린이에게 81만건의 재활치료를 시행했다.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은 2017년부터 발달지연·장애고위험군 영유아 조기중재 프로그램 ‘우쑥우쑥’을 운영하고 있다. ‘우쑥우쑥’ 프로그램은 소아재활전문의,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임상심리전문가, 사회복지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기에 아이의 현재 상태에 대한 평가와 치료가 동시에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치료 효과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국내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병원은 드물다.

학교준비반, 집중운동치료 등 영유아부터 청소년까지 포괄하는 생애주기별 재활치료를 개발하며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한 병원은 장애어린이가 걱정 없이 재활치료를 할 수 있도록 총 1120명에게 약 20억원의 치료비를 지원했다.

홍지연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부원장은 “이미 의학적으로는 조기중재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이 확인됐다. 미국에서는 조기중재를 통해 이른둥이를 고위험군 유아로 분류하고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진단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른둥이를 포함한 발달지연 및 장애 고위험군 영유아가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시설이 많지 않아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결국 치료가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출생체중 1500g 이하 이른둥이의 30%는 장애가능성이 높고, 50~70%는 신경학적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조기에 개입해서 재활치료를 하면 발달 지연 정도를 줄이고 많은 경우 정상발달 범주로 개선이 가능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이른둥이 재활치료 프로그램이나 시설이 부족한 실정이다.

홍 부원장은 “국내에서도 발달지연·장애 고위험군 영유아에 대한 적기 치료를 할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 구축이 시급하며 이를 위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국내에서는 이른둥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부재한 실정이므로 이른둥이에 대한 주기적 발달평가를 통해 현재 상태를 체크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국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발달지연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이른둥이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지적장애나 자폐 장애의 가능성이 있고, 지능지수(IQ) 71∼85 사이의 ‘경계성 지능장애’에 해당할 가능성도 커서 일반적 사회생활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른둥이 조기 치료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전현건 기자

출처: https://www.newswork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93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