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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1편

[산하기관 탐방기]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_1편

 

일본 고베시에 위치한 클라라 베이커리(くららベーカリー). 클라라 베이커리 식구들이 아담한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일본 고베시의 한적한 마을, 귀여운 식빵맨이 그려진 간판을 따라가면 초록색 배경의 작은 베이커리가 나옵니다. 이 빵집엔 신기한 점이 하나 있는데요. 빵의 크기와 모양에 상관없이 모두 가격이 ‘110엔(약 1200원)’! 작은 크림빵 하나도 3000원이 넘는 요즘, 클라라 베이커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엄청나게 저렴한 빵 가격의 비밀은, 베이커리의 계산 담당인 고니시 도루 씨에게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클라라 베이커리는 경영자를 제외한 직원 모두가 중증장애인입니다. ‘110엔’은 신체장애와 지적장애를 동시에 가진 고니시 씨가 계산하기 쉽도록 배려한 것이죠. 푸르메재단이 기획한 책 「보통의 삶이 시작되는 곳」에선 이 가게를 ‘일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일을 맞추는 곳’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종합복지관,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사람에 일을 맞춘다니? 말로만 들어선 다소 어색하지만, 우리나라에도 같은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에게 꼭 맞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연구하는 곳. ‘푸르메 인턴이 간다!’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 ‘사람 중심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과 혁신을 시도하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이야기입니다.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전경. 장애인 관련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곳에는 연간 약 40만 명(서비스 제공자·견학 등 포함)의 사람이 다녀간다.

1982년 첫 문을 연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이하 서울장복)은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종합복지관입니다. 나이 제한 없이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도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곳을 이용할 수 있어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정말 다양합니다. 지역 장애인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의료·취업·서비스 이용 관련 전문가의 상담을 진행하고, 장애인의 기능강화 지원과 사례관리, 가족지원, 권익 옹호, 직업지원,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죠. 쉽게 말해,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복지관 이용객을 대폭 줄여야 했지만, 상황이 조금 나아진 최근 복지관을 방문했을 때에는 1:1 수업을 진행하는 몇몇 이용자를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왓츠(WATSU,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는 수중 요법을 활용해 지체장애, 뇌병변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신체적 재활을 돕는 프로그램)실을 갖춘 수영장에는 수중재활 수업을 받는 어르신들이 계셨고, 재활치료 중인 어린이의 모습도 볼 수 있었어요.

수중재활치료실에선 재활·장애 예방 수중운동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탐방 당시 그룹홈 거주 고령장애인 분들이 수중재활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보통의 삶을 만드는 ‘사람 중심의 계획’

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이 푸르메재단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18년이었습니다. 서울장복은 푸르메재단을 만나며 여러 긍정적인 변화들을 마주했는데요. 가장 큰 변화는 푸르메재단과 일치하는 복지관의 새로운 미션(Mission)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푸르메재단과 서울장복은 ‘보통의 삶’이 실현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장애로 인해 차별받거나 배제되지 않고, 함께하는 일상의 삶을 누리는 것 말이죠. 서울장복은 흔하지만 귀한 ‘보통’의 삶을 지역 장애인·비장애인에게 선물한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이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올 것이라는 푸르메의 믿음이 ‘보통의 삶’을 실현하겠다는 꿈으로 이어졌습니다.

서울장복 마당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놀이터가 마련되어 있다. 어린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밖에서 어울려 노는 것, 이처럼 가장 ‘보통’의 순간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서울장복은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서울장복이 추구하는 ‘보통의 삶’은 어떻게 만들까요? 서울장복은 ‘장애인의 자기결정이 이루어지고, 이웃과의 관계가 살아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기존의 사회복지 프로그램 방식과 달리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과 선호를 중심으로 체계를 마련한 것이죠. 당사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서울장복은 ‘사람 중심 계획(PCP)’ 방식을 프로그램의 전 과정에 전격 도입했습니다.

복지 서비스는 당연히 수혜 당사자를 중심으로 설계되는 것 아니냐고 갸우뚱하실 분들을 위해 예를 들어볼게요. 앞에서 언급한 일본의 ‘클라라 베이커리’ 기억하시죠? 클라라 베이커리가 모든 빵의 가격을 110엔으로 통일한 것은 가게 운영에는 전혀 득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경제 논리와는 다르게 가격을 설정한 거죠. 서울장복이 만들어나가는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예요. 복지관에서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장복을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들어간 복지 서비스를 개발합니다. 이것이 서울장복이 추구하는 ‘사람 중심 계획’이며, ‘보통의 삶’을 이끄는 열쇠입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장애인 복지관

실제로 서울장복은 사람 중심의 복지를 실천하며 지역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했습니다. 지난 9월에 열린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실천 이야기 온라인 공유회’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지역 내 그룹홈에 거주하는 고령 장애인을 대상으로 PCP 수립 활동을 진행하고, 이를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해 개인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사자와 가족이 함께해 PCP를 수립하고 이를 지역사회 활동과 연계하는 과정은 장애인들의 지역 내 커뮤니티 참여에 도움을 준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온라인 공유회 자료)

이처럼 서울장복은 지역 내의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PCP 수립을 기획해 당사자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 하고 싶거나 하기 싫은 일, 가족이 보는 그 사람 등 모든 면을 파악한 뒤 가장 잘 맞는 활동,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내고 있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이 정보를 지역사회에 제공하면, 지역 주민들도 장애인 당사자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함께하게 되는 것이죠.

“태현이는 한 가지에 몰두하면 그것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한번 꽂히면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도 반드시 해야만 했죠. 그런데 복지관 선생님은 태현이의 마음과 상황을 섬세하게 헤아리며 행동을 이끌었고, 지금은 태현이가 정말 많이 변했어요. 주변 이웃들도 태현이를 두려운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지금은 인사도 스스럼없이 나누고 잘 지내요.”

성인 발달장애인 낮활동 프로그램 ‘푸르메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태현 씨의 어머니는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이야기합니다. 푸르메 아카데미에도 역시나 PCP가 접목되어 긍정적인 효과를 본 것인데요. ‘보통의 삶’을 이루는 조건 중 하나는 ‘함께하는 삶’이 아닐까요? 장애인 당사자를 이해하는 과정이 가족, 이웃,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해 보입니다.

정해진 틀에 당사자를 맞추지 않고 장애인 당사자의 특성을 고려해 활동을 진행하는 ‘푸르메 아카데미’에 참여 중인 태현 씨의 어머니와 태현 씨의 모습.

지역 내의 장애인들에게 ‘보통의 삶’을 선물하고 싶은 서울장복의 꿈은 차근차근 실현되고 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를 중심에 두고 함께하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나아가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이지만, 직접 만나 활동하는 프로그램들이 대다수인 만큼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위기에 흔들릴 서울장복이 아니죠!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코로나19 극복 이후 다가올 새로운 시대를 의미 : 네이버 지식백과) 시대를 기다리며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의 모습은 2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글= 오정윤 인턴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오정윤 인턴, 푸르메재단DB,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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