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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어린이 스스로 당당한 삶

푸르메치과 구강 예방 프로그램

 

“제대로 된 칫솔질과 식습관만으로도 충분히 치아를 깨끗하고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전문 ‘푸르메치과’가 문을 연 것은 2007년. “이가 아파 먹지를 못하는데 장애인을 받아주는 치과가 없어 치료를 못 한다”는 한 중증장애인의 안타까운 호소로 푸르메재단이 나섰습니다.

전문설비를 갖추지 못해, 치료 경험이 없어, 다른 손님들이 싫어한다는 등의 갖가지 이유로 거부를 당해 치료받지 못했던 장애인들이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입니다. 앓던 이를 평생 부여잡던 이들에게 푸르메치과는 큰 희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수경 푸르메치과 원장은 여전히 안타까웠습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충치재발률이 높아요. 꼬박꼬박 이를 닦아도 충치가 계속 생기니 답답해하는 부모들이 많지요. 특히 장애어린이들은 치과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치료를 미루다 신경치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 고통에 치과를 더 무서워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문 원장은 국내의 치과 중 최초로 장애인을 위한 구강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장애인 맞춤형 예방 프로그램 구성

예방 프로그램 추진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첫째는 높은 운영비용, 둘째는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할 치위생사 전체의 동의를 받는 것 때문입니다. 다행히 푸르메재단에서 그 필요성에 공감해 예산을 확보했고, 치위생사들 역시 문 원장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예방 프로그램을 직접 구상한 문수경 푸르메치과 원장
장애인을 위한 예방 프로그램을 직접 구상한 문수경 푸르메치과 원장

문 원장은 장애인에게 최적화된 구강 예방 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위해 대원대 치위생과에서 정신지체특수학교 학생들을 위해 구강건강관리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손정희 교수, 비장애인을 위한 예방 프로그램을 전문으로 한 콩세알치과를 운영하는 이병진 원장, 서울대 치과대학의 진보영 교수와 머리를 맞댔습니다.

푸르메치과 예방프로그램 구성

조사 구강환경관리 칫솔질 교육 충치검사 불소도포
1
(1)
구강건강실태조사설문 치아모형
시범
2
(2)
구강건강실태조사설문 치면세균막 지수 기록, 사진 치면 세균막 관리 불소도포
3
(3)
구강건강실태조사설문 치면세균막 지수 기록 치면 세균막 관리 충치검진
4
(1달 후)
구강건강실태조사설문 치면세균막 지수 기록 치면 세균막 관리 불소도포
5
(3달 후)
구강건강실태조사설문 치면세균막 지수 기록, 사진 치면 세균막 관리 불소도포

총 5개월간, 5회차 프로그램을 구성하며 문 원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칫솔질 교육입니다. “비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의 경우 위생사의 직접 처치가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반면 장애인의 경우 이를 닦아도 입안에 찌꺼기가 남아 충치의 원인이 돼요. 올바른 칫솔질 교육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지요.”

두 번째로 고려한 것은 식습관 개선입니다. 기존 식습관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충치를 예방하는 방법을 반복해서 알려주기 위해 매회 구강건강실태조사설문을 실시했습니다.

“충치의 원인이 되는 당류와 탄수화물은 하루 섭취량보다 섭취횟수와 시점이 충치 발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요. 설탕이 많이 들어간 간식들은 식사와 함께 섭취한 후 이를 닦는 것이 좋지요. 간식을 먹은 후 칫솔질이 힘든 상황이라면 충치 예방에 효과적인 우유나 물, 당분이 없는 차를 마시라고 권하는 등 각자의 상황에 맞게 조언합니다.”

치아를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

푸르메치과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약 5개월간 대상자 10명을 선정해 구강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했습니다. 대상자는 푸르메치과의 환경에 익숙해 치과에 대한 두려움이 적은 오랜 이용자 중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 10~20대로 선정했습니다. 테스트 기간인 만큼 무료로 진행이 됐습니다.

본래 프로그램 운영기간은 5개월이 채 되지 않지만, 도중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환자들이 일정에 맞춰 방문할 수 없었던 것은 큰 변수였습니다. 4, 5차 일정이 한없이 뒤로 밀려 몇 달 후 방문하는 경우가 있었음에도, 눈에 띄는 변화들이 나타났습니다.

칫솔질 교육을 받고 있는 조철웅 씨
칫솔질 교육을 받고 있는 조철웅 씨

특히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발달장애를 가진 조철웅 씨(27)입니다. 7년 전, 친구의 권유로 푸르메치과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치료 때마다 몸을 옥죄던 벨트에서는 해방됐지만 끊임없이 생기는 충치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었습니다. 철웅 씨 엄마인 장옥선 씨가 예방 프로그램의 대상자로 제안을 받자마자 바로 승낙한 이유입니다.

“이를 닦을 때마다 제가 체크를 하는데도 늘 찌꺼기가 남아 있어요. 그래서인지 치료하지 않은 이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충치가 계속 생겨서 답답했거든요. 좋은 프로그램을 먼저 제안해주셔서 참 고마웠습니다.”

2차부터 5차까지 치태가 꾸준히 줄고 있는 조철웅 씨의 치태지수 그래프
2차부터 5차까지 치태가 꾸준히 줄고 있는 조철웅 씨의 치태지수 그래프

철웅 씨는 5차까지 가장 성실하게 참여한 대상자로 치태지수가 확연히 떨어진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습니다. 반복적인 칫솔질 교육의 효과가 입증된 셈입니다. 엄마 장옥선 씨는 칫솔을 덜 사게 된 것도 큰 효과라고 말합니다. “손힘을 조절하기 힘든 철웅이는 이를 너무 세게 닦아서 칫솔이 빨리 마모됐거든요. 그 습관이 고쳐져서 참 좋아요.”

칫솔질 교육 중 열심히 이를 닦고 있는 이은지 씨
칫솔질 교육 중 열심히 이를 닦고 있는 이은지 씨

이은지 씨(27) 역시 큰 효과를 본 대상자입니다. 엄마 김은경 씨는 “치과에 대한 두려움이 심했는데 예방 프로그램은 열심히 참여하더라”며 “선생님이 알려준 칫솔질 방법을 화장실에 붙여놨더니 이를 닦을 때마다 확인하고 그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한다”고 흡족해합니다.

올바른 칫솔질 방법
먼저 위쪽 치아의 바깥면을 우측에서 좌측으로 닦고, 안쪽면을 좌측에서 우측으로 닦은 다음 아래쪽 치아의 바깥면을 우측으로부터 좌측으로, 안쪽면을 좌측으로부터 우측으로 닦은 후 음식물 씹는 부분을 닦는다. 이것을 두 번씩 반복한다. 마지막으로 혀를 닦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효과는 대상자들의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매일 3번씩 하던 철웅 씨의 칫솔질 체크를 주 1회로 줄인 후 철웅 씨는 오히려 스스로 더 철저하게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든 먹은 후에는 이를 닦으려고 서두릅니다. 은지 씨는 칫솔질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밀자 끝나가던 칫솔질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카메라를 내리고 나서야 은지 씨의 이 닦는 과정이 끝났습니다.

장애어린이가 ‘스스로’ 당당할 수 있도록

김은경 씨는 아쉬운 마음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은지가 성인이 되어 이 프로그램을 접했다는 것이 조금 아쉬워요. 어릴 때 제대로 배워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습관을 들였다면 지금까지 아픈 치료를 받느라 고생하지 않고 좋았을 것 같아요.”

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상자 부모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부분입니다. 습관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이라면 효과를 더 빨리, 오랫동안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주변에 얘기했더니 다들 부러워하면서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물어봐요. 특히 장애어린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적극적이에요.”

문 원장은 칫솔질 교육 등 예방 프로그램으로 치과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이 쌓이면 거부감이 줄고 치과의 문턱을 낮춰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프로그램 5회차에 치아 관리를 받고 있는 조철웅 씨
프로그램 5회차에 치아 관리를 받고 있는 조철웅 씨

“치과의 문을 통과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장애어린이가 성인이 되면 전신마취를 해야만 치료를 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와요. 예전에 만났던 한 성인장애인의 경우 치료할 때마다 전신마취를 했는데 막상 검사를 해보면 스케일링 치료로 끝나는 경우도 많았어요. 예방 프로그램으로 인한 작은 변화가 평생에 걸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줄 수 있을 거예요.”

문 원장은 재활치료와 치과 예방 프로그램을 통합한 원스톱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예산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대다수의 장애인 치과가 예방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음에도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높은 비용 때문이에요. 이미 재활치료에 월 수백만 원을 쓰는 장애어린이 가족들에게 이 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요. 부담분은 최소로 책정하고 나머지는 펀딩을 통한 모금을 계획하고 있어요.”

장애인에게 치아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한 이유만은 아닙니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에서 한 발 나아가 삶의 질을 바꾸고 스스로 당당해질 수 있는 자존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그 작은 변화가 주변의 시선과 태도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장애어린이의 부모들이 간절히 바라는 푸르메치과의 예방 프로그램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 운영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글= 지화정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지화정 간사, 푸르메치과, 푸르메재단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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