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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의 희망을 나눠요]오사카 구마다 민간 재활병원 “장애인은 더불어 사는 이웃”

[재활의 희망을 나눠요]

 

공동체 안에서 지속적인 치료 도와 어린이 전문병원만 3곳이나
유치원·초중등과정 학교도 운영 입원치료비 전액 지자체가 부담

» 미나미 오사카 요육원에서는 환자들에게 맞는 보장구를 직접 만들어 재활치료에 활용한다. 물리치료사 모하라 나오코가 보장구 작업실에서 다리를 고정시킨 채 쓸 수 있는 책상을 소개하고 있다. 푸르메재단 제공

일본에서는 1970년대부터 ‘민간 재활병원’이 지역 사회에 등장했다. 이제는 우체국, 경찰서, 은행과 마찬가지로 지역 공동체를 구성하는 기관으로 인식돼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든다. 민간 재활병원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장애인을 더불어 사는 이웃으로 인식시킨다. 한 사람의 장애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일정기간 재활치료를 받는 ‘기회’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체 안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받으면서 더불어 살도록 하는 것이다. 민간병원이 한 곳도 없는 우리 현실을 비춰보며 일본 오사카시에 있는 민간 재활병원을 둘러봤다.

일본 오사카시에는 24개구마다 적어도 1곳 이상 민간 재활병원이 있다. 어린이 환자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민간 재활병원만 3곳이다. 최근 오사카시에 있는 민간 재활병원 ‘미나미 오사카 요육원’을 찾았다. 1970년에 문을 연 이 병원은 40병상에서 120병상으로 늘려 새 병원을 짓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안내를 맡은 물리치료사 모하라 나오코는 “이 병원은 민간 재활병원 가운데서도 뇌성마비 어린이 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새 병원 건물 5층에는 널찍한 강당이 있는데 지역민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오사카 시·부의 장애인 활동보조인을 교육시키는 장소로도 쓰이고, 지역 주민들이 찾아와 각종 행사를 하는 교류 공간으로도 열려 있다. 한 쪽에는 재활치료를 받는 장애인들이 독립생활 적응훈련을 할 수 있도록 주거공간이 마련돼 있다. 10여명의 장애인들이 독립생활에 앞서 매일 낮시간에 이곳에 머무르면서 혼자 사는 연습을 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재활 병원 안에 학교를 운영하는 점이다. 장기간 입원해 치료를 받는 어린 환자들이 이 학교의 학생이다. 병원 안에 오사카 시립 히라노 양호학교의 분교를 세워 6살 미만, 초등학생 과정 2학급, 중학생 1학급으로 나눠 40여명의 어린 환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사는 모두 4명이고, 정규 교과과목을 중심으로 수업을 한다.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퇴원한 뒤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3층에는 중증장애인 전용 병실이 있다. 다양한 유형의 장애가 있는 환자들이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넓은 화장실과 침대에 누운 채로 목욕을 시킬 수 있는 특수 욕조가 설치돼 있다.

공사 중이라서 어수선한 분위기도 있었지만, 병원 곳곳에 있는 재활 치료실에서는 어린이 환자가 물리치료사와 함께 다양한 재활 치료를 받고 있었다. 환자가 보장구를 입고 혼자 걷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거나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걷기도 했다. 부모와 같이 앉아서 손으로 물건을 집고 젓가락을 사용하는 훈련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병원에는 물리치료사만 모두 43명이 있는데 각각 이학요법과 직업요법, 언어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환자들은 평균 6개월 정도 입원을 하고 퇴원한 뒤에도 꾸준히 통원치료를 받는다. 어려서 입원해서 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10년 넘게 매주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도 꽤 많다. 어린이 환자의 입원치료비는 전액 오사카 시·부에서 부담하고, 통원치료에 드는 비용은 부모의 소득에 따라 지원내용이 달라진다.

나오코는 병원의 운영 목적을 설명하면서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을 병원에 입원시켜서 짧은 기간 재활치료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린이가 지역 사회에서 구성원으로 살면서 평생을 두고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사카/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미나미 오사카 요육원’ 가리우라 병원장
민간 재활병원 몫 따로 있다

1970년 미나미 오사카 요육원을 세운 가리우라 이치로(사진) 병원장은 “정부가 운영하는 재활병원과 달리 지역사회에서 민간 재활병원이 해야 할 몫이 따로 있다. 그래서 온갖 어려움에도 뼈를 깎는 심정으로 병원을 운영해 왔다”고 말했다.

―당시에 왜 재활병원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1970년대에는 완치되지 않는 뇌성마비 치료를 꾸준히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대부분 모르고 있었다. 치료를 하다가 퇴원하고, 후유증이 발견되면 다시 입원치료를 하는 식이었다. 환자를 시설에 수용해서 치료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집에서 생활하면서 장기적으로 관찰하고 통원치료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

―오사카에는 민간 재활병원이 몇 곳 있나?

=24개 구마다 1곳 이상씩 있고, 어린이 민간 재활병원만 3곳이 있다.

-지금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병원도 많은데 왜 민간병원이 필요한가?

=정부에서 운영하는 병원은 이미 짜인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환자의 요구에 맞춰 탄력성있는 운영을 하기 어렵다. 이번에 새로 짓는 병원에는 환자들 건강을 위해서 병실 바닥에 온돌을 깔고 물리치료사도 50명을 둘 예정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이 정도 규모의 병원에는 물리치료사를 10명 정도 두고 있다.

―새 병원은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있나?

=지역사회에 우리 병원이 생기면서 어린이들이 지금까지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아 왔다. 어릴 때부터 치료를 받아온 장애인들이 부모가 나이가 들어 가정에서 책임지지 못하더라도 앞으로도 계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정된 시스템을 갖춰나갈 생각이다.

―새 병원을 짓는 재정은 어떻게 마련했나?

=절반은 국가에서 지원을 하고, 25%는 시에서 지원한다. 나머지는 병원을 후원하는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병원 운영은 어떻게 하나?

=올해까지는 진료 보수비로 그럭저럭 병원을 운영해 왔는데 내년에 복지제도가 바뀌면서 장애인 지원비가 줄고, 환자 치료비 부담이 늘어서 재정문제가 어떻게 될지 고민중이다 ―민간 재활병원이 지역사회에서 제역할을 다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민간병원이 지역사회의 자산이라고 여기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내주는 게 중요하다. 그런 관심과 공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장애인들이 공동체 안에 살면서 꾸준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민간병원을 충분히 유지해 갈 수 있다.

오사카/박주희 기자

200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