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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의 희망을 나눠요]장애인 470만…재활병원은 4곳뿐

[재활의희망을나눠요] ‘의료재활 현주소’ 좌담회

» 김진희 절단장애인협회장과 박대운 장애극복상 수상자(개그맨), 강지원 푸르메재단 공동대표(변호사), 박창일 신촌세브란스병원장(왼쪽부터)이 대담을 하기 앞서 한겨레신문사 하니동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장애인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올곧게 자립할 수 있는 첫걸음은 재활이다. 재활은 의료·사회심리·교육·직업 등 여러 방면이 있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의료재활은 가장 먼저다. 하지만 그 절박함에 비해 현실은 너무나 척박하다. 한겨레신문사와 푸르메재단은 우리나라 의료재활의 현주소를 짚어보고자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본사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강지원(변호사) 푸르메재단 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박창일 신촌세브란스병원장, 개그맨 박대운(2006년 장애극복상 수상자)씨, 김진희 절단장애인협회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재활병원이 절실하며, 이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병상 4천개…석달 기다려 입원 병원 적자 허덕 국가지원 절실

의료재활, 할 곳이 없다

참석자 박대운씨와 김진희씨는 제대로 된 장애인 재활병원이 없어 고통을 겪었던 기억들을 풀어냈다. 9년 전 교통사고로 김씨는 왼발이 잘려나가고 왼팔의 뼈가 일부 없어지는 등 크게 다쳤다. 1년8개월 동안의 치료로 상처는 아물었지만 다시 걸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김씨는 “집에서 혼자 의족을 착용하고 걷는 연습을 했지만 의족이 자꾸 빠져나가 쉽지 않았다”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곤 없었다”고 말했다. 포기하려던 김씨는 어느날 두 다리에 의족을 착용하고도 모델과 수영선수로 활약하는 한 미국 여성의 이야기를 알게 됐다. 결국 이 여성이 치료를 받았다던 영국의 재활병원에 가서야 의족 착용 방법, 걷는 법 등 체계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박씨는 재활치료를 일찍부터 받았더라면 지금 휠체어 없이 의족으로 걸을 수 있었을 거라고 말했다. 박씨는 여섯살 때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그는 “당시 재활이란 말이 있는 줄도 몰랐다”며 “이젠 너무 늦어 의족을 착용하려고 해도 근육이 이미 굳어버려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후천적 장애인들에게 항상 따라붙는 갖가지 합병증 치료도 장애인 재활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에서 하려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김씨는 “일반 병원에 갈 때마다 기초적인 검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느라 하루가 꼬박 걸린다”며 장애를 제대로 알고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재활병원이 부족함을 아쉬워했다.

재활병원, 제도적 지원 절실

박창일 원장은 “의료재활부터 시작해 사회복귀까지 가능하게 하는 게 재활 담당 의사와 재활팀이 해야 할 일인데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재활병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국에 장애인 재활병원은 신촌 세브란스 재활병원과 삼육재활병원, 국립재활원, 서울재활병원 등 4곳뿐이며 병상은 4천개밖에 안 된다. 470만명으로 추정되는 장애인의 40% 이상이 재활치료를 비롯해 합병증 치료와 정기검진을 받아야 하는 현실에 비춰보면 가혹할 정도다. 두세 달은 기다려야 재활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 “의족을 하고 나면 재활 훈련을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한데 시설이 부족해 훈련을 못 받아 걸을 수 없게 되는 게 우리나라 의료재활의 현실”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장애인 90%가 후천적 장애 외국가서 체계적 치료 받기도

현재 재활병원은 의사, 간호사, 심리치료사, 물리치료사 등 여러 사람들이 필요해 인건비가 전체 운영비의 10%를 차지하고 의료 수가가 낮아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국가의 제도적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박 원장은 “본인 부담금을 10%만 내고 있는 암환자와 같이 장애인에게도 국가가 재활치료를 보장해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활 마을을 꿈꾼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으므로 재활병원을 ‘보험’이라 생각하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특히 이번에 장애극복상을 받은 박씨는 “한두 사람에게 장애극복상을 주는 것으로 장애인 복지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독일의 장애인 종합복지타운의 예를 들며 “우리나라도 재활병원과 함께 직업재활, 자립생활도 할 수 있는 재활마을 같은 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도 “장애인 복지관, 체육관 등은 운영상의 문제로 결국 일반인들의 시설이 돼버린다”며 “온전히 장애인을 위한 재활시설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수위해 영어마을 만들듯 소수위해 재활마을도 만들어야

박씨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교생 가운데 장애인은 혼자뿐인 학교에 다녔다. 그런 박씨에게 장애인의 삶은 ‘다수에 대한 소수의 투쟁’으로 묘사된다. 그는 “항상 ‘너 하나 때문에 경사로와 장애인용 화장실을 만들어야 하냐’는 핀잔을 들었다”며 “다수를 위한 영어마을을 만들었다면 소수의 장애인을 위한 제대로 된 재활마을도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200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