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 희망을 나눠요]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제도화 절실”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제도화 절실”

재활의 희망을 나눠요
한겨레 신문-푸르메재단 공동캠페인
장애인과 ‘나눔의 삶’ 가꾸는 사람들

▲ 박정자 ‘프렌드 케어’ 사무총장은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프렌드 케어’라는 이름의 장애인 자립생활센터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일상생활을 혼자서 일구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들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단체다. 전국에 대략 스무곳 남짓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프렌드 케어’ 박정자 사무총장

17일 판문점을 밟은 박정자 ‘프렌드 케어’ 사무총장은 가슴에 하나의 꿈을 새겼다. “북한에도 많은 장애인들이 있을텐데 아직 남한에선 아무도 관심을 쏟지 않고 있다”며 그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각오였다. 사실 “10년 전만 해도 장애인과 함께 밥도 잘 못 먹었다”는 박 총장이다.

하지만 오늘 박 총장의 삶은 24시간 장애인과 더불어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서 ‘프렌드 케어’라는 이름의 장애인 자립생활센터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일상생활을 혼자서 일구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들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단체다. 전국에 대략 스무곳 남짓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생존권
북 장애우에도 관심 가졌으면…

박 총장은 “중증 장애인은 밥을 먹고 목욕을 하는 등의 일상생활에 다른 사람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의 제도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실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는 장애인들에게 ‘생명권’이나 다를 바 없다. 지난해 겨울 홀로 살던 집에서 얼어 죽은 채로 발견된 한 중증 장애인의 삶은 만약 곁에 활동보조인이 있었다면 그렇게 허망히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박 총장의 장애인과의 나눔은 그 자신의 사연과 무관하지 않다. 10년 전 어느날 들이닥친 화재 사건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집에 불이 나 남편을 잃고 두 아들은 크게 다쳤고 그 자신도 다리를 절단할 뻔했다. 박 총장은 “병상에서 처음으로 나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 뒤 1년 동안의 치료 끝에 박 총장은 병상에서 일어났고 나중에는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한 장애인 350명의 관리자 구실을 맡는 등 장애인과의 인연은 이어졌다. 마침내 사회복지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장애인을 위해선 가장 시급한 게 활동보조인 서비스란 생각을 하게 됐다. 이를 실천하고자 2002년 7월 장애인 자립생활센터를 세웠다.

현재 상근직원 10명, 활동보조인 20명, 장애인 이용회원 30여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한 이 센터에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장애 청년 3명도 한 식구가 돼 일한다. 박씨는 이들을 ‘주워 온 자식’이라 부르고, 이들은 박씨를 ‘엄마’라고 부른다. 박 총장이 판문점을 찾은 날, 서울시청 앞에서는 중증 장애인 39명이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며 삭발을 했다. 이들은 29일째 노숙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2006-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