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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커피 맛있죠?…장애인 바리스타 아닌 바리스타 ○○○입니다”

“커피 맛있죠?…장애인 바리스타 아닌 바리스타 ○○○입니다”

2020-04-19

발달장애인 부점장·비장애인 점장 같이 일하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종로점
“‘도와준다’ 생각 말고 있는 그대로 봐달라”…장애 인식 개선 위한 웹툰도 그려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종로점 이세민 부점장(왼쪽)과 윤상일 점장(오른쪽)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종로점 이세민 부점장(왼쪽)과 윤상일 점장(오른쪽)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손님이 주문하기 무섭게 앞치마를 입은 남성 바리스타가 바쁘게 움직인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기계를 다루며 컵에 얼음을 담고 커피를 내리기 시작한다. 반죽된 빵을 굽고 음료별 레시피를 정확히 맞추는 모습은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다.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센터 1층에 마련된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종로점의 모습이다. 푸르메재단이 운영하는 이 카페는 장애 청년들이 바리스타의 꿈을 펼치도록 돕는 일터다.

올해로 5년 차 바리스타인 이세민(28)씨도 발달장애인이다. 그는 올해 초 종로점 부점장으로 승진했다. 행복한 베이커리&카페에서 일하는 장애인 바리스타 가운데 카페 운영·관리까지 맡는 부점장이 된 사례는 이씨가 처음이라고 한다.

이 부점장은 “스무살 때 복지관에서 커피 수업을 처음 배웠는데 하다 보니 재밌었다”며 “하루 5시간 정도 일하는 다른 바리스타들과 달리 풀타임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동네에서는 ‘맛있는 커피집’으로 유명하지만, 장애인들이 일한다는 사실만으로 편견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일부 손님은 “커피 맛이 이상한 것 같다”, “제대로 만드는 것 맞냐”며 트집을 잡기도 한다. 내부 바리스타 대회에서 우승까지 거머쥔 이 부점장으로서는 속상한 순간이다.

이 부점장은 “커피 맛이 이상하다고 하는 손님에게는 다시 만들어줄 때도 있다”며 “더 잘하고 싶어서 최근에는 점장님과 함께 국제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친구인 윤상일(28) 점장은 이처럼 장애인을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을 바꾸고자 카페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웹툰을 매달 그리기로 했다. 윤 점장은 장애가 없다.

웹툰 '거북일기'  [푸르메재단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웹툰 ‘거북일기’ [푸르메재단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조금 느려도 괜찮아, 거북 일기’라는 제목을 단 웹툰은 바리스타 4명이 함께 일하며 겪는 여러 에피소드를 담을 예정이다. ‘발달장애인 ○○○’가 아니라 ‘바리스타 ○○○’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삶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웹툰은 한 달에 한 번 푸르메재단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연재될 계획이다. ‘우승민’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이 부점장은 “나를 잘 표현한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고 했다.

윤 점장은 “장애인과 함께 일한다고 하면 보통 ‘좋은 일 하네’, ‘힘들지 않냐’고 말하는데 오히려 내가 더 배우고 긍정적 에너지를 얻는다”며 “발달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다른 이들과 비교해 조금 느리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게 전부다. 부족하다, 떨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조금 느릴 뿐이다”라고 말했다.

설거지해야 할 컵이 하나만 있어도 “제가 할게요”라며 나서고,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자”고 버릇처럼 말하는 바리스타들 모두 누구보다 소중한 동료라는 게 윤 점장의 평가다.

윤 점장은 “아직은 기대치를 낮게 잡고 카페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발달장애라는 수식어를 빼고, 일방적으로 ‘도와준다’는 생각은 버린 채 있는 그대로 즐겁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출처: https://www.yna.co.kr/view/AKR20200418047900004?input=119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