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판문점 첫 나들이 꿈같아요” [동아일보]

 

“판문점 첫 나들이 꿈같아요” 푸르메재단 장애인 JSA 방문

17일 판문점을 찾은 장애인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 강지원 푸르메재단 공동대표, 김성수 푸르메재단 이사장, 가수 강원래 씨,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 씨 등도 이들과 함께했다. 원대연 기자

“바로 저기가 북한이네!”

 

17일 오전 특별한 손님들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았다. 주인공은 사회복지단체인 푸르메재단이 장애인의 날(20일)을 기념해 개최한 '장애인과 함께 떠나는 특별한 여행 JSA' 행사에 참가한 장애인들.

 

이날 국립서울농학교와 절단장애인협회 소속 장애인 50여 명은 판문점과 도라산역 등을 둘러보고 통일 염원을 담은 편지를 썼다.

 

백경학(白庚學)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장애인들에게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물었더니 가장 많이 대답한 곳이 판문점이었다"며 "장애인들도 어디든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은 JSA 안에서 '북한군들에게 손짓을 하지 말 것' 등 여러 주의사항을 당부받자 다소 긴장하기도 했지만 오래만의 나들이가 즐거운 듯 기념사진을 찍고 건물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내내 밝은 표정을 지었다.

 

영화 '말아톤'으로 유명한 배형진(23) 씨도 웃는 얼굴로 연신 자신을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이라고 또박또박 소개하며 "판문점에 와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배 씨 어머니 박미경(46) 씨는 "오늘 새벽부터 형진이가 설렘에 밤잠을 설쳤다"며 "마라톤대회 참가로 평양에 가본 적은 있지만 판문점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사지절단증을 앓으면서도 지난해 미국 로키산맥을 오른 김세진(9) 군도 참가했다.

 

판문점 이곳저곳을 신기한 듯 살피던 김 군은 "군인 아저씨들이 좀 무섭고 힘들어 보인다"며 "북한 장애인들도 희망 가지고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일 뮌헨에서 생활하다 한국을 찾은 서순원(71·여) 씨는 "분단된 지 60여 년이 지났지만 판문점에 온 것은 처음이라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말했다.

 

서 씨는 1950년 소아마비에 걸려 다리를 못 쓰게 된 뒤 1965년 '수술을 받으면 걸을 수 있다'는 말에 프랑스 자원봉사자들을 따라 프랑스에 갔다가 뮌헨에 정착했다.

 

그는 그곳에서 요리학원 등을 하며 어렵게 모은 돈을 1998년 경기 안성시 한 성당의 건립비용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 진행을 도운 김영규(金永圭) 한미연합사령부 공보관은 "25년 동안 근무하면서 장애인들이 이렇게 많이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며 "JSA에도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

 

 

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