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분단도 없어져야 할 장애” [국민일보]


“분단도 없어져야 할 장애다. 우리가 역사의 장애를 넘을 수 있는 온전한 대한민국이 빨리 찾아오기를 바란다.” 

남북분단의 상징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선 장애인들. 이들은 비극의 역사를 50년 넘게 간직한 JSA를 처음 찾았다는 점을 뜻깊게 생각하면서도 한민족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역사의 현장에서 마음 아파했다.

이들은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고 남북 장애인 모두가 한반도 어디든 마음껏 다닐 수 있는 통일시대를 염원했다.

17일 오전 10시쯤 푸르메재단 주최의 ‘장애인과 함께 떠나는 특별한 여행 JSA’에 참가한 장애인 40여명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 도착했다. 잔뜩 흐린 날씨에 바람까지 거셌지만 일행은 모두 밝은 표정이었다.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인 배형진(24)씨가 바로 눈앞의 북측 판문각을 바라보며 “판문점”이라고 소리쳤다. 그는 선글라스를 낀 남측 헌병들을 보고 “충성” 하며 거수 경례를 했다.

서울농학교의 청각장애 학생 9명은 인솔 교사의 수화 설명에 주변을 둘러보느라 열심이었다. 일부 장애인들은 남북 군사회담장의 북측은 북한 땅이란 말을 듣고 휠체어를 끌고 회담장 위쪽을 돌고나서는 “태어나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고 돌아왔다”며 좋아했다.

일행은 1시간쯤 뒤 경의선의 남측 최북단역인 도라산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는 길에 버스 창문 밖으로 1976년에 발생했던 도끼만행사건 현장도 둘러봤다. 도라산역에서 장애인들은 색종이에 통일을 염원하는 편지를 쓴 뒤 나무에 매달았다.

서울농학교 김혜림(12·중1)양은 “난 선생님이 되고 싶어…. 북한 친구들도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뒤 멋진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썼다.

하반신 마비이면서 50년간 국내외 나환자를 도운 재독 동포 서순원(73)씨는 즉석에서 자작시 ‘판문점’을 쓴 뒤 “분단 50여년만에 찾아온 비무장지대/올해도 진달래는 방긋거렸네/내 맘이 웃을 수 없음은 눈물이 눈물이 앞을 가려서…”라며 직접 읊었다.

두 다리가 없으면서 로키산맥 등정에 성공한 수영선수 김세진(10)군은 “북쪽의 장애 친구들도 기죽지 말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파주=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국민일보 2006-04-17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