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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우공이산(愚公移山) 푸르메재단 백경학이사 [CBS]

[노컷이 만난 이코노리더] 맥주공장 창업자에서 환자 중심 재활전문병원 건립 꿈

 

 

 

 

 

 

 

 

 

전혀 가보지 않은 낯선 곳을 찾아갈 때 우리는 흔히 그 길이 참 멀고 길다고 느낀다. 하지만 막상 되돌아올 때는 똑같은 그길이 의외로 가깝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그만큼 초행길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힘겨운게 사실이다. 지리적인 의미에서의 길도 그렇고, 우리 인생의 길도 그런것 같다.

10년 넘게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어떤 이유에서든) 느닷없이 전혀 새로운 직업 세계에 뛰어든다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또 실제 직업을 바꿔 성공한 사례도 그다지 많지 않다. 심지어 ‘경찰과 기자가 사업을 하면 망한다’는 말까지 있다. 남들의 눈에는 이들이 사회 구석구석을 다 알고 적응력도 뛰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일에 쫓기다 보니 아무것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헛똑똑이’에 다름 아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어 성공한 이들도 있다. 그중 한명인 푸르메 재단(www.purme.org) 백경학 상임이사를 만나봤다.

서울 종로의 레스토랑 ‘옥토버훼스트’. ‘옥토버훼스트’(독일에서 해마다 10월에 열리는 맥주축제)란 상호가 말해주듯, 이곳은 맥주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레스토랑이다. 지난 2002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마이크로 브루어리(소규모 맥주제조장에서 양조기술자가 직접 만드는 하우스맥주를 뜻한다)다.

지난 24일 오후 이곳에서 옥토버훼스트를 창업했던 백경학 현 푸르메 재단 상임이사을 만났다. 백 이사는 오후라 한산한 이곳에서 직원들과 회의중이었다. 탁자 위에 브로셔가 놓여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뭔가 새로운 일을 기획하는 것 같았다.

백경학 이사는 지난 2002년 같은 직장 동료였던 이원식씨와 독일 뮌헨공대에서 맥주양조학을 전공한 방호권씨 등과 ‘옥토버훼스트(마이크로 브루어리 코리아)’를 오픈했다. ‘한국 최고의 맥주를 만든다’는 꿈과 함께…

하지만 당시 이들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걱정은 상당했다. 백이사는 창업에 나서기 전까지 CBS와 동아일보 등에서 12년간 기자로 일했다. 기자로서 열정이 남달랐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 그것도 맥주제조업에 나선다니 말리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경제 상황 마저 좋지 않아 더욱 그랬다.

그러나 백씨는 직장인으로서 편한 길을 접고 구태여 낯설고 힘든 길을 선택했다. 왜? 한마디로 돈을 많이 벌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왜 그리 돈을 벌고 싶었을까? 돈 벌어서 뭘 하려고 그랬을까? 그야말로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한참 전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6년 그는 독일 연수를 떠났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훌륭한 기자의 꿈을 키웠던 시기였다. 그러나 98년 연수에서 돌아오기 한달전 영국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던 그와 그의 가족은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부인 황혜경씨는 왼쪽 다리를 잃게 됐다.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과 좌절의 시간이 계속됐다. 하지만 이 때 새로운 것에 눈이 떠졌다고 백경학 이사는 회고했다.

“당시 시설은 낙후됐지만 스코틀랜드 병원에서는 주사를 놓을 때 혼수상태의 아내에게도 일일이 설명을 해주고 아프지만 참으라는 말까지도 잊지 않았습니다. 주치의는 저에게 하루 한 시간씩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아내의 상황을 설명해줬고 몇 번씩이나 최선을 다해 아내를 살리겠다며 위로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한국에 돌아와 찾은 재활병원은 이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두세달씩 기다려야 겨우 입원이 되지만 막상 들어온 병원은 아비규환에 다름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 결심했다고 한다. 정말 제대로 된, 인간적인 환자중심의 재활전문 병원을 만들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결국 병원지을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일에 뛰어들었고 사업은 번창하기 시작했다. 첫문을 열었던 강남점에 이어 종로점도 오픈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맥주제조업 인허가 과정이 무척이나 복잡했다. 또 주주들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리스크를 관리해나가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백경학 이사는 이 과정에서도 한가지 소중한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업은 아이템보다는 사람, 다시말해 누구와 함께 일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함께 창업에 나선 이원식(당시 CBS 기자. 현 마이크로 브루어리 코리아 대표이사)와 방호권씨는 서로가 상대의 부족한 면을 채워줄 뿐만 아니라 힘들 때마다 “꿈을 이룰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그야말로 일에 대한 열정과 가능성 하나만 믿고 따라온 두 사람 때문에 성공은 가능했다고 백 이사는 강조했다. 또 어려운 형편에서도 기꺼이 투자해주고 레스토랑 홍보에 적극 나서준 수많은 지인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어쨌든 시간이 지나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자 백 이사는 지난 2004년 8월 재활전문 병원 추진에 적극 나서게 된다. 이를 위해 푸르메재단을 세웠다. 옥토버훼스트 (마이크로 브루어리 코리아) 주식 10%와 현금 1억원이 재단에 출연됐고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이 재단 이상장, 강지원 변호사 등이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일반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을 이끌어낼 이벤트도 하나 둘 진행됐다. 지난해 <희망으로 한걸음> 콘서트와 장애인 사진전시회 등이 잇따라 열렸다. 다음달 4일부터는 서울 올림픽 기념관에서 장애인 스포츠 사진전 <우리함께, 희망으로 하나 둘 셋>이 열릴 예정이다. 백경학 이사는 요즘 이 전시회 준비로 분주하다.

백 이사는 이러한 일련의 이벤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닫고 장애인의 삶과 희망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국민의 1/10에 해당하는 470만명의 장애인이고 특히 해마다 30만명이 교통사고로 새로운 장애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 300만명 정도는 지속적인 치료와 훈련을 통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장애인과 관련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그들의 짐을 우리 사회가 서로 나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작은 규모라 하더라도 병원을 짓는 일은 결코 호락호락한게 아니었다. 일단 환자중심의 전문재활병원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100억원대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땅값에 건설비용 등을 감안하면 시민들의 관심뿐만 아니라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이들의 지원은 아직 가시화되고 있지 않다.

백경학 이사는 이와 관련해 “이런 병원을 지을 때 외국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대지를 빌려주고 건물은 중앙정부가 짓는다”며 “서울시나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나서고 대기업들이 사회공헌에 관심을 갖는다면 환자 중심의 재활병원 건립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사랑의 집짓기 해비타트 같은 자원봉사자들이 건축 과정에 참여하고 또다른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의 능력과 기술에 맞는 사회 봉사를 보탠다면 정말 ‘꿈’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경학 이사에게 그 ‘꿈’이 지금까지 얼마나 이루어졌다고 보느냐고 물어봤다. 30%쯤 될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직은 갈길이 멀지만 그래도 행복하다는 말도 이어졌다.

“예전에 일산에서 내가 살 집을 지어봤습니다. 집의 모양을 구상한 뒤 터를 닦고 나무와 벽돌 하나하나를 내 손으로 옮겼는데, 참 신기했습니다. 비록 시간은 걸리더라도 내가 생각했던 집이 현실화되는 것을 보고 정말 신기하고 행복했습니다.”

환자중심의 재활전문병원 건립도 마찬가지일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했다.

“뜻이 있으면 뭐든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조금 더 걸릴지 몰라도 정말 간절히 소망하면 이뤄집니다. 이것 저것 다 갖춰놓고 무엇인가를 이루겠다면 그건 사실상 불가능하죠. 모험을 안하면 아무것도 안하는 거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우공이산(愚公移山 :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마침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이라고… 부족하지만 꾸준히 일하다보면 꿈은 이뤄질 것으로 믿습니다.”

‘푸른산’을 뜻하는 푸르메처럼 푸른 자연에 둘러싸인 환자중심의 재활전문병원 건립은 아직까지는 ‘꿈’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처음가는 길을 두려워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백경학 이사의 모습을 보면서 그 ‘꿈’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믿음이 들었다.

봄이다. 봄은 넓은 들판에 민들레를 자라게 하고 홀씨를 곧 뿌릴 것이다. 사방에 뿌려진 민들레 홀씨는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길 소망하듯이 더없이 좋은 환자 중심의 재활전문병원을 짓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함께 푸르메 재단 백경학 상임이사가 전인미답(前人未踏)에 내 딛는 한발짝 한걸음이 지치고 힘들지만 후세에 길이 되고, 그것도 꽃길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CBS경제부 임미현 기자 marial@cbs.co.kr
[2006-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