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日 종합복지시설 고베 ‘행복촌’을 가보니…

日 종합복지시설 고베 ‘행복촌’을 가보니…

[동아일보 2006-09-25 05:55]

 

《일본 고베 시의 종합복지시설인 ‘행복촌’ 중심부에 위치한 고베사회복귀(재활)병원. 1층 물리치료실에는 물리치료사와 1 대 1로 치료를 받는 재활 환자들이 빼곡하다. 이 환자들은 1∼3개월 정도 입원 치료를 받은 뒤 가정으로 돌아간다. 180병상의 이 병원은 급성기 치료를 마친 뇌혈관 장애인과 회복기 신체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다. 환자의 89%는 뇌병변 환자, 11%는 운동기능 마비 환자로 7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다. 이 병원 간호부장 나카이 마키코 씨는 “3600여 평의 건물에 의사 60명과 간호사 70명 등 170명의 직원이 환자 180명을 돌보고 있다”며 “건강보험 혜택으로 환자들은 치료비의 10%만 부담한다”고 말했다. 역시 행복촌에 있는 노인성 치매질환 전문병원인 미나도가와 병원. 90명의 환자를 의료진 55명이 치료하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일본에선 간병인이 금지돼 있어 간호사 등 의료진이 간병까지 책임진다”고 전했다.》

 

○ 재활병원 외 온천-골프장 등 레저시설

 

행복촌에는 재활병원과 노인치매병원을 비롯해 장애인 통원시설 등 10개의 의료복지시설이 들어서 있다. 특히 장애인 시설 7곳은 재택 장애인들이 취미생활을 하는 1일 서비스 시설부터 지적 장애인 갱생시설까지 다양하다. 이 시설들은 고베시의사회와 다양한 사회복지단체들이 독립채산제로 운영하고 있다.

 

행복촌의 장애인 시설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빼어난 의료 시설 때문이 아니다. 이들 시설은 다른 지역의 복지시설과 수준이 비슷하다. 행복촌은 9홀짜리 골프장과 승마장, 온천, 양궁장, 캠프시설 등 24개의 레저시설을 갖추고 있어 장애인들이 생활하기에 불편이 없다. 행복촌의 용지 60여만 평의 77%가 녹지다. 환자 가족뿐만 아니라 레저시설을 이용하려는 일반인 등 연간 200만 명이 행복촌을 찾는다.

 

레저시설과 복지시설은 자연스럽게 융합되어 있다. 57세 이상의 노인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된 행복촌의 고베노인대학에는 3년짜리 정규과정도 있다.

 

행복촌 기획조정실 지아네무라 기타우 씨는 “학생은 추첨제로 입학하며 노년에 학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려는 분이 많아 지원자가 넘친다”면서 “재활병원 등 복지시설에도 장기 이용자가 많아 1, 2년은 기다려야 입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복촌은 장애인의 수학여행 장소로도 애용되고 있다. 오사카의 직업훈련학교인 사회복지법인 아스워크는 지난해부터 6번이나 이곳을 찾았다. 교사와 학생 등 장애인 30여 명은 1박 2일간 행복촌에 머물며 온천과 연회장 등 다양한 시설을 이용했다. 아스워크 대표 야마우치 야스노리(44) 씨는 “행복촌의 시설은 다른 곳에 비해 이용비가 최대 40%까지 저렴하다”고 말했다.

 

○ 이용료 저렴 외부 방문객도 연간 200만 명

 

행복촌은 장애인과 고령자가 여가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오바야시 가즈토시(66) 씨는 ‘지팡이 잃어버리는 온천’이란 행복촌에 있는 온천 마니아다. 그는 “온천 입장료는 800엔으로 장애인과 고령자는 50% 할인 혜택을 받아 400엔으로 저렴하다”면서 “인근에 살고 있어 아내와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행복촌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34개 시설 가운데 병원 등 10개의 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을 뺀 나머지 20개 시설의 예산은 23억 엔”이라며 “이 가운데 자체수익으로 35%, 나머지 65%는 고베 시 예산으로 충당한다”고 전했다.

 

재활전문병원을 추진하는 한국 푸르메재단은 7∼9일 아시아나항공의 협찬을 받아 고베 행복촌을 둘러보며 한국형 재활병원에 대한 구상을 다듬었다.

 

고베=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한국에선…재활필요 장애인 2만3000명에 병상수 4200개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장애인 지원 종합대책’에 따르면 내년부터 국립재활원 재활병상이 현재 200개에서 300개로 확충된다. 정부는 또 2009년까지 2330억 원을 투입해 경기와 강원, 충청, 호남, 영남, 제주 등 6개소 권역별 재활병원을 늘릴 계획이다.

 

이 계획이 그대로 실행된다 하더라도 장애인 재활병원은 부족하다. 국내 등록 장애인은 157만 명으로 이 가운데 상시 의료재활서비스가 필요한 장애 인구는 약 1.5%인 2만3550명이다. 이들은 당장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입원할 수 있는 재활 병·의원의 병상 수는 15개 병원 4200여 병상으로 장애 인구의 18%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전문 장애인 시설은 국립재활원이 유일하다.

 

장애인들이 입원하지 않고 통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원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 2만2000여 의원 가운데 재활의학 전문의가 있는 의원은 270여 개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의사소통 등을 지원하는 특수장비와 편의 시설도 부족한 실정이다.

 

푸르메재단 김성수 이사장은 “재활치료의 경우 환자 1인당 치료시간이 길어 치료사 1인이 치료할 수 있는 환자 수가 제한적이고 수가도 낮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재활 시설을 갖추는 것을 기피한다”며 “민간 차원에서도 추진하는 재활병원을 정부가 지원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