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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끝에 만난 소중한 인연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과 함께하는 제주도 가족여행

 

“여행 내내 몇 번을 울컥했는지 모르겠어요. 소중한 시간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유모차 타기를 온몸으로 거부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세 살배기 딸을 내내 안고 다니며 가방은 가방대로, 유모차는 유모차대로 끌던 예인이 엄마의 입에서 나온 감사 인사. 당황스러웠습니다. 옆에서 보는 사람도 힘이 들 정도였기에 아이와 둘만 온 이 여행을 후회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이 정도 힘든 건 일상이지요. 옆에서 짐 하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크게 대접받는 기분이에요”라며 벅찬 감정을 한껏 담아 전하는 말 속에 상상조차 힘든 고된 하루들이 느껴집니다.

계절을 잘못 찾아와 가을 내내 극성이던 태풍이 올해 푸르메 가족여행을 끊임없이 방해하더니 마지막 여행이라고 선심을 베풀었나 봅니다. 전날까지 들리던 비 소식은 간데없이 4일 내내 청명한 가을날씨가 이어집니다.

설레는 마음에 약속 시간 2~3시간 전부터 김포공항을 찾은 가족들. 바쁜 일정에 참석 못 한 엄마 대신 희귀병이 있는 막내동생을 힘겹게 업은 13살 누나가 “제주도 여행도 처음이고 비행기 타는 것도 처음”이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빨리 비행기를 타고 싶어 몸이 단 둘째 동생과는 제 나이 또래처럼 장난을 치더니 비행기 탈 때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농담을 건네자 옆에 있던 아빠에게 막 알게 된 정보를 곧바로 알려줍니다.

가족들을 싣고 날아오른 비행기. 아이들은 흰 구름으로 가득 찬 창문에 바싹 붙어 떨어질 줄을 모릅니다. 어른들의 눈에는 별 것 아닌 저 구름들이 어쩌면 아이들 눈에는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처럼 찬란하게 빛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일정은 레고 작품이 가득한 브릭캠퍼스입니다. 알록달록 오색조각들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는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신났습니다. 블록 쌓기에 열중하는 아이들에게 툭툭 조언을 하더니 어느새 함께 어울립니다. “아빠가 만든 것 봐봐. 레고란 자고로 이렇게 갖고 노는 거거든.”

열심히 놀았더니 배가 고픕니다. 경관 좋은 리조트 야외에 준비된 바비큐장에서 고기 굽기에 앞서 이달 생일을 가족들을 위한 파티가 열립니다. 희귀병으로 장애를 얻은 손녀를 혼자 돌봐야 할 딸 걱정에 따라온 아버지도 가족들 성화에 생전 구경만 했던 고깔모자를 반강제로 쓰고 어색한 표정으로 축하를 받습니다. ‘생전 처음’이 가득했던 특별한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둘째날 첫 일정은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호응도가 높은 ‘휴애리’입니다. 제철 맞은 감귤 체험부터 시작합니다. 장애어린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특별히 감귤밭에 유모차 진입을 허락받았습니다. 직접 가위를 들고 귤 따기에 나선 아이들. 큰 귤에 눈독을 들이더니 작은 게 맛있다는아빠의 말에 모든 귤을 다 따갈 기세로 달려듭니다. 어른들은 봉지보다 배를 채우는데 더 관심이 있습니다. 적당히 새콤하고 달콤한 제주도 현지 귤을 언제 또 직접 따서 맛을 보겠습니까.

시간이 다 되었다는 말에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이제 진짜 휴애리를 맛보러 갑니다. 유채꽃보다 유명해진 핑크뮬리들이 펼쳐진 정원과 색색의 꽃들이 정돈되어 피어있는 휴애리는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화보가 됩니다. 순간을 놓칠세라 가족들은 쉴새 없이 셔터를 누릅니다. 3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돌아다니느라 지칠 법도 한데 떠날 시간이 되자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입니다. “여기는 꼭 다시 오고 싶어요.”

아이들과 함께 온 제주도 여행에 아쿠아리움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평소 보기 힘든 다양한 수중동물들을 눈앞에서 만난 아이들. 가족들에게 이것 좀 봐라, 저것 좀 봐라 가리키고 물어보느라 손가락이 바쁩니다. 아이들의 손짓에 맞춰 움직이는 부모님들은 그저 행복합니다. “언젠간 한 번 데려가야지 했던 곳이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돼서 정말 기뻐요.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에요.”

사실 이 아쿠아플라넷의 매력은 건물 밖에 있습니다. 바다 건너 성산일출봉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해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절로 힐링이 됩니다. 아무리 뛰어다녀도 누가 뭐랄 수 없을 만큼 넓기에 아이들을 마음껏 풀어놓을 수도 있지요.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호사는 덤입니다. 장애자녀를 데리고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재활치료 다니랴 교육 다니랴 집안일에 육아까지 쉴 틈 없는 전쟁을 벌이던 세월을 조금쯤은 보상받은 기분입니다.

푸르메재단이,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이 원하는 바입니다. 아픈 형제자매에게 양보하느라, 안쓰러운 자식에게 모든 에너지를 쏟느라 지쳤던 마음을 서로 위로하며 치유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셋째 날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들입니다. 세계의 유적을 축소해 모아놓은 소인국테마파크를 거쳐 마법 같은 트릭아트의 세계에 빠졌다가 달콤한 초콜릿랜드에서 초콜릿도 만들어봅니다. 만들고 남은 초콜릿은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아이들 입으로 들어갑니다.

이어진 저녁식사는 샤브뷔페. 금방 죽이 맞아 함께 어울린 아이들과 달리 부모들은 늦게서야 서로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소통을 시작합니다. 사례가 별로 없는 희귀병이다보니 정보를 얻을 곳이 한정되어있고 심지어 아직 아이가 어떤 병인지 알지 못하는 엄마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보이는 증상이 어느 병에 가까운지, 수술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부터 어느 병원이 좋을지, 담당의사의 판단이 적절한지, 앞으로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까지 같은 처치의 부모이기에 묻고 답할 수 있는 수많은 정보와 절절한 사연들이 오갑니다. 진작 이야기해볼 걸 그랬다며 무심하게 흘린 시간을 아쉬워합니다. “또 만나서 얘기하면 되지.”

그렇습니다. 여행이 끝나갈 뿐이지요. 인연은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가슴이 무너져내리고 버티는 것이 최선인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밝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제주도 여행. “고맙다”“행복하다”“기적 같다”는 말이 이토록 진심으로 느껴진 적이 또 있었을까요? 정성을 다한 마음이 통했다면 그것만으로 참 고맙습니다.

*글, 사진= 지화정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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