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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마음까지 닦아드립니다” 발달장애인들 정성 담은 ‘감동 세차’

“마음까지 닦아드립니다” 발달장애인들 정성 담은 ‘감동 세차’

2019-09-15

종로복지관 발달장애인 직무훈련 프로그램 ‘푸르메 오토케어’
“정성껏 일하는 모습에 고객들 감동”…일부 지자체도 벤치마킹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단 공영 주차장에서 '푸르메 오토 케어'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세차하는 모습.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단 공영 주차장에서 ‘푸르메 오토 케어’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세차하는 모습

“모두 마스크 쓰세요. 물 있는 곳은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선생님, 바닥 매트 다 꺼냈어요. 이제 청소기 코드 꽂을까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단 공영주차장. 점심시간이 막 지났을 무렵 파란색 반소매 티셔츠를 맞춰 입은 남성 5명과 여성 1명이 세차용품을 꺼내 들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흰색 승용차 앞에 선 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차 문을 열고 바닥 매트를 꺼냈다. 청소기로 차 안에 있던 과자 부스러기와 먼지를 빨아당기고 유리창을 닦는 움직임에는 막힘이 없었다.

채춘호 종로장애인복지관 직업지원팀장이 스팀기를 준비하자 일부는 귀마개를 귀에 꽂았다. 뜨거운 김을 내뿜는 스팀 분사가 끝난 뒤 물기가 남은 곳곳을 닦던 이들은 “선생님 다했어요. 한번 봐주세요”라고 말했다.

네모난 걸레를 반듯하게 접어가며 타이어 휠 안쪽까지 꼼꼼하게 닦은 한 남성은 세심히 차를 살폈다. 차 보닛을 유심히 바라보던 그는 먼지 하나까지 찾아가며 닦고 또 닦았다.

매주 화·목요일에만 영업하는 이곳은 ‘푸르메 오토 케어’다.

여느 세차장과 달리 일주일에 5∼6대밖에 이용할 수 없어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곳에서는 특별한 직원들이 세차한다. 자폐성 장애 또는 지적장애가 있는 발달장애인들이다.

이희문 종로장애인복지관 직업재활사는 15일 “성인이 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자립 의지를 키우고 사회·경제 활동을 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직무 훈련 중 하나”라면서 이들을 ‘세차의 달인’으로 소개했다.

차 내부 청소하는 발달장애인 직원들
차 내부 청소하는 발달장애인 직원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종로 일대에서는 이미 유명하다고 한다. 승용차 1만원, 스포츠유틸리티차(SUV) 1만5천원 등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있지만, 세차 서비스를 이용한 뒤 장애인에 대한 생각을 달리했다는 이들도 많다.

채춘호 팀장은 “입소문을 듣고 차를 맡기긴 했지만 발달장애인들이 세차하는 모습에 머뭇거리던 이들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최선을 다해 정성껏 일하는 모습에 나중에는 감동했다고 하시더라”라고 웃으며 말했다.

세차 훈련을 받는 이들의 부모 중에는 ‘비장애인도 힘든 세차 일을 장애를 가진 아이가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한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걸레 잡기부터 유리 청소, 실내 청소 등을 하나씩 익혀 나가는 모습에 이제는 세차 훈련을 응원하는 가족이 많다.

채 팀장은 “발달장애인들이 서로 힘을 모아 ‘세차’라는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라며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평가회를 하면서 서로 의견도 교환하고, 세차 직무에 참여한 만큼 ‘훈련 수당’도 철저하게 나눠 준다”고 말했다.

올해 5월부터 세차 업무에 참여했다는 김유신(22) 씨는 “차가 깨끗해지면 마음도 깨끗해지고, 손님들도 고맙다고 인사하니까 뿌듯하다”며 “동료들이랑 (세차 훈련이) 끝날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까지 종로장애인복지관을 통해 세차 직무훈련을 마친 이들은 약 30명이다. 지난해에는 세차 관련 분야에 2명이 취업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명이 취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채 팀장은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푸르메 오토 케어를 벤치마킹했다”며 “추후 장애인이 운영하는 세차 사업단으로까지 확장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안을 모색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출처: https://www.yna.co.kr/view/AKR20190911183000004?input=119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