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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책을 찾아서

2019 IBBY 장애아동도서 전시 & 세미나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은 책을 통해 삶을 즐길 권리가 있다. 비록 읽을 수 없고, 말하는 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토르디스 위자르세터, 네덜란드 작가 겸 문학 교수)

1981년 4월 볼로냐 국제도서전에서 최초로 장애아동도서(Books and disabled children) 전시가 열린 후, 한국에서는 올해 처음 ‘모두를 위한 책’이라는 슬로건으로 IBBY 장애아동도서 전시회와 세미나가 개최되었습니다. 지난 7월 20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2019 IBBY 장애아동도서 전시 ‘모두를 위한 책’
2019 IBBY 장애아동도서 전시 ‘모두를 위한 책’

IBBY(International Books on Books for Young People,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의 장애아동도서 컬렉션은 1980년대 초 IBBY와 노르웨이 작가이자 문학 교수였던 토르디스 위자르세터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위자르세터 교수는 전시를 통해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책과 만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주고, 비장애 아이들에게는 장애를 가진 아이와 만나고 서로를 이해할 기회를 주고자 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와 세미나를 주관한 KBBY(IBBY 한국위원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장애아동도서’를 ‘모두를 위한 책’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장애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입니다.

마포중앙도서관 1층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는 총 3개의 범주로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

다양한 의사소통의 형식으로 제작된 그림책
다양한 의사소통의 형식으로 제작된 그림책

첫째 범주는 ‘특수형식’입니다. 말 그대로 특수한 형식의 그림책을 말하는 것으로, 글과 그림 외에 수화나 점자, 촉각을 포함하는 그림책, 픽토그램이나 PCS, BLISS와 같은 의사소통 채널을 활용한 책이 이에 해당합니다. 자폐나 지적장애를 포함해 다양한 신체장애, 언어장애를 지닌 독자를 고려하여 만든 책입니다.

전시작 중 눈에 띈 작품은 애너마리 반 헤링언(Annemarie van Haeringen)의 그림책 ‘Sneeuwwitje breit een monster(스노우 화이트가 괴물을 뜨고 있어요)’ 입니다. 이 책은 염소 스노우 화이트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뜨개질하며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니트 질감의 촉감, 점자, 픽토그램 기법을 사용하여 제작하였습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림책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림책

둘째 범주는 ‘모든 독자를 위한 책’입니다. 일반적 형식의 그림책으로 디자인이나 주제, 일러스트레이션, 텍스트의 측면에서 볼 때 장애인과 비장애인 독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그림책이나 글자 없는 그림책, 큰 책, 읽기 쉬운 책 등 보편적 접근(Universal access)을 추구하는 책이 이 범주에 해당합니다.

이 범주에는 내용이나 형태가 장애와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에 장애아동도서로 선정된 이유가 궁금해지는 책도 있습니다. ‘진짜 코 파는 이야기’(이갑규 글·그림)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물들이 코를 파는 장면만 나오거든요. 하지만 ‘장애 유무를 떠나 모든 연령의 독자가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선정 이유를 듣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장애를 묘사한 그림책
장애를 묘사한 그림책

셋째 범주는 ‘장애의 묘사’입니다. 일반적 형식의 그림책(또는 책)이지만 장애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 경우 이 범주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장애를 묘사하는 방식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를 다루는 게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얼마나 비슷하게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는지를 알고 서로 이해하는 과정을 중시합니다.

한편, 전시 기간 중 ‘장애아동도서의 의미와 활용’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도 열렸습니다. 모든 분야에 대해 경계를 허물고 소통하며 연구하는 자리였습니다. 마포중앙도서관,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등의 협력으로 풍성하고 깊이 있는 내용의 세미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신혜은 KBBY 장애아동도서선정위원장은 “장애아동도서가 더는 장애나 특수한 집단만을 위한 책이라는 인식이 지속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모두를 위한 그림책은 다양한 의사소통에 대한 이해이며, 단순한 언어의 의미를 넘어 이루어지는 소통과 참여가 될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삶을 위해서는 무장애(barrier-free) 개념에서 보편설계(universal design) 개념으로의 확장이 필요하고 밝혔습니다.

‘장애아동도서 의미와 활용’ 세미나 현장
‘장애아동도서 의미와 활용’ 세미나 현장

이어 김경희 중부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장애의 유형과 언어발달 특성에 따른 책읽기 지도법을, 곽영미 서울맹학교 교사는 시각장애아동의 그림책 읽기 현황과 방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성명진 발달장애여성연구원은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강조하였습니다.

곽미순 한울림어린이 대표는 장애 관련 출판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서양에 비해 그림책의 역사가 짧고 글과 그림 위주의 단순한 그림책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장애에 대한 조예와 문학성을 겸비한 그림책 작가가 드문 데다 장애 관련 도서 판매량도 적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장치를 구현하느라 많은 비용이 드는 장애아동도서를 제작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모두를 위한 책’으로 수렴되는 장애아동도서가 우리 사회에 널리 보급되려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함께 볼 수 있도록 ‘보편적인 그림책’의 영역을 확대해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의 읽을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이러한 보편적인 그림책은 장애어린이와 비장애어린이 모두에게 새로운 형식과 다양한 감각의 책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며 장애와 비장애를 잇는 소통의 통로가 될 것입니다.

*글, 사진= 나지윤 마포푸르메어린이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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