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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독립유적지 찾은 ‘장애인의 형제자매’… “결국 끈기 있는 사람이 승리하는군요”

독립유적지 찾은 ‘장애인의 형제자매’… “결국 끈기 있는 사람이 승리하는군요”

2019-06-26

장애인 형제 가진 청소년 30명, 中 상하이 등 임정 유적지 탐방

지난 22일 중국 상하이(上海) 훙커우(虹口)구 쓰촨베이(四川北)로 루쉰(魯迅)공원(옛 훙커우공원). 1932년 4월 윤봉길 의사가 일제 인사들에게 수통형 폭탄을 던졌던 자리엔 윤 의사를 기리는 2층 규모의 생애 사적 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그 1층 추모 흉상 앞에 한국에서 온 중·고교생 30명이 섰다.

대표로 헌화를 한 나모(16)군은 “채소 장사까지 하며 독립운동에 헌신한 윤봉길 의사의 우국충정에 고개가 숙여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나군은 “나도 훌륭한 사람이 돼 언젠가는 내가 사회에서 받은 것들을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장애인 형제자매를 가진 중·고교생과 태광그룹 임직원 자녀 등 30명으로 구성된 ‘독립원정대’가 지난 20~23일 중국 상하이와 항저우 일대 독립 유적지를 탐방했다. 독립원정대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푸르메재단이 주최하고 태광그룹 일주학술문화재단이 후원한 행사다.

지난 20일 중국 항저우시 ‘항저우유적지기념관’을 찾은 ‘독립원정대’ 소속 중·고교생들.
지난 20일 중국 항저우시 ‘항저우유적지기념관’을 찾은 ‘독립원정대’ 소속 중·고교생들.

장애인 학생들에게 형제자매는 부모를 제외하면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제2의 보호자’다. 왕기덕 푸르메재단 배분사업팀장은 “장애 형제를 둔 청소년은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에도 참고 절제하는 법부터 배운다”며 “이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주고자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행사에서 학생들은 독립운동에 투신한 지사(志士)들의 발자취를 되짚었다. 21일엔 1926년부터 6년여간 우리 임시정부 인사들이 독립운동을 펼친 상하이 황푸(黃浦)구의 임시정부 유적지를 찾아갔다. 약 1시간에 걸쳐 3층짜리 건물 곳곳을 둘러본 신모(16)군은 “일제의 탄압에 열두 번이나 이사를 가면서도 독립운동의 뜻을 굽히지 않은 지사들의 이야기에 결국 끈기 있는 자가 승리한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이모(18)양은 1932년 일제의 수배를 받던 김구 선생이 피신해 있던 항저우(杭州)의 ‘자이칭(載靑) 별장 김구 피난처’를 둘러보고 “천문학적인 현상금이 걸려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김구 선생은 집 뒤편에 탈출용 돛단배를 세워놓고 독립운동을 했다. 이런 각오라면 결코 세상에 못 이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 윤봉길 의사가 구금돼 고문을 받은 헌병대 사령부 터, ‘한인애국단 본부’라 불린 독립운동가 안공근 선생의 고택(古宅) 등을 둘러봤 다.

독립원정대의 안내를 맡은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학생들에게 “힘이 들 땐 불굴의 의지로 끝내 독립을 이룬 지사들의 삶을 떠올리자”고 했다.학생들은 “고민과 어려움을 터놓을 수 있는 새 친구들을 사귀게 된 것이 이번 원정의 가장 값진 소득”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모(16)군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형·누나들과 동생들이 생겨 든든하다”고 했다.

김은중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6/201906260035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