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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개원 1돌 맞은 장애인 전용치과 의사들

[이사람] 수화까지 써가며 ‘설움 충치’ 뽑아요

개원 1돌 맞은 장애인 전용치과 의사들

» 장애인전용 푸르메치과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치과의사들. 왼쪽부터 장경수 원장, 박수연, 이원희, 정재교, 류경희씨.

푸르메나눔치과 15명 돌아가며 봉사
치료 방치로 애먹지만 ‘절반값 진료’
“의사·후원자 늘어 더많이 도움줬으면”

“이가 아픈 장애인 분들의 마음까지 치료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장애인전용치과 푸르메나눔치과에서 인술을 펴는 치과의사들의 마음가짐이다. 장경수(45) 원장을 포함해 15명의 의사들이 자원봉사로 꾸려 온 이 병원이 17일 1돌을 맞았다. 이들은 한 주에 반나절씩 각자 병원 일을 중단하고 이곳을 찾는다. 양재동·영등포·구로동 등에서 오는 이들도 있지만 의정부·안양·수원 등 다른 도시에서 오는 의사들도 있다. 진료 시간이 늘어날 때면 오가는 시간까지 합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봉사에 쓸 때도 있다.

푸르메나눔치과에서의 봉사는 쉽지 않은 일이다. 치료부터 힘들다. 이곳을 찾는 환자들의 치아상태가 대부분 엉망이어서다. 장 원장은 “28개 치아 가운데 남아 있는 게 절반이 안 되는 환자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장애인이 쉽게 찾아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치과가 드물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처음 치과에 온 환자도 있었다.

그 때문에 이곳의 의사들에게 ‘만만한’ 환자는 거의 없다. 상근의사인 이원희(32)씨는 “1년 가량 치료해야 하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류경희(의정부 보스턴미소치과)씨도 “치아와 잇몸 상태가 형편없어 충치가 없는 이까지 다 뽑은 뒤 틀니를 해야 할 환자도 있었다”며 “멀쩡한 이를 빼는 것으로 여기는 환자를 이해시키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말했다.

의사소통도 쉽지 않다. 청각장애인은 수화 통역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말이 어눌한 장애인 앞에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치아 상태가 어떤지, 어떤 치료를 얼마나 해야 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설명하고 궁금한 점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동준(36·안양수치과) 원장은 눈높이를 낮추려고 무릎을 꿇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신경 쓸 일은 또 있다. 정재교(서울순치과)씨는 “이동이 불편하고 또 멀리서 오는 장애인들을 위해 내원 횟수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환자 한 명 진료에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곳의 치료비는 여느 치과의 절반 수준이다. 의사들의 자원봉사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7500만원을 들여 38명의 수급권자에게 틀니, 임플란트 시술 등을 해주기도 했다.

친절한 의사와 값싼 진료비가 소문이 나면서 푸르메나눔치과에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포함해 전국 각지 장애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5일 현재 9월 초순까지 진료예약이 잡혀 있다. 그럼에도 장 원장은 여전히 도움에 목마르다. 움직임이 뜻대로 되지 않는 장애인을 위해 수면유도 장비가 필요하지만 장비설치에 드는 4천만원은 큰돈이다.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의사들과 후원자들이 크게 늘어 이런 병원이 전국 곳곳에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장 원장과 의사들은 17일 푸르메나눔치과 개원 1돌 기념행사를 연다.

후원 문의 푸르메재단 (02)720-7002. www.purme.org

글·사진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