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노컷뉴스] 경기침체에 119송년회 뜬다

경기침체에 '111·112·119 송년회'가 뜬다

 

[노컷뉴스] 2008년 12월 19일(금) 오전 06:00
[CBS사회부 강인영 기자]

경기 침체로 인해 예년에 비해 송년 모임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점심시간을 이용해 송년회를 하는 ‘111 송년회(1차로 1번에 낮 1시까지만 하는 송년회)’ 등 이른바 ‘숫자가 들어가는 송년회’가 뜨고 있다.

◆ 점심시간 이용해 111 송년회
지난 16일 서울 종로에 있는 모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 재영(33)씨는 예년과 다른 이색 송년 모임을 맞았다. 저녁이 아닌 점심시간에 송년회를 한 것.

회사 측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송년회를 취소할까도 했지만 송년회 의견을 모으던 중에 알뜰한 ‘111 송년회’를 택하게 됐다. 분위기 좋은 뷔페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 1차로 1번에 낮 1시까지, 점심시간을 활용해 송년 모임을 한 뒤 가족과 함께 보낼 저녁 시간을 보장해 준 것이다.

김 씨는 “점심 뷔페 메뉴 가격이 저녁 보다 싸고, 술을 마시지 않는데다 저녁에는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을 갖게 해 줘서 훨씬 좋은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지난 12일 대학 동창들과 점심 송년회를 했다는 회사원 정 지영(28, 여)씨는 “회사근처에 근무하는 대학 동창들과 조촐한 점심 송년모임을 하게 됐다”며 “다들 힘든 시기에 이런 저런 이유로 만나기 어려운 동창들을 올 해가 가기 전에 만나서 좋았다”고 말했다.

◆ 119, 112, 222 송년회도
저녁에 송년모임을 하는 이들도 ‘119’ 송년회 등 덜 먹고 덜 마시는 송년회를 갖고 있다. 바로 1차에서 1가지 술만 먹으며 밤 9시 전에 모임을 끝내는 것.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한 투자증권회사 지점도 119 송년회를 기획하고 있다.

오는 30일 저녁 서울 종로에서 공연을 본 뒤 간단한 술자리를 갖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체하기로 했다는 이 회사 김영천(41) 차장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송년회가 특별한 날이다 보니 공연을 보고 술을 줄여 절약한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 뜻 깊은 모임을 가지려 한다”고 밝혔다.

사원 손공주(28)씨도 “송년회 비용도 아끼고 술을 마시는 것보다는 문화를 즐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며 들뜬 표정을 보였다.

지난 5일부터 119 송년회를 한 뒤 아낀 비용을 소외된 이웃에게 기부하자는 ‘119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푸르메 재단은 “지금까지 15팀이 접수를 했다”고 밝혔다.

112 송년회도 인기다. 112 송년회는 ‘1차에 1가지 술로 2시간 이내에 술자리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지난 10일 송년회를 한 은행원 박지완(30)씨는 “보통 1차 고기, 2차로 양주와 맥주를 마신 뒤 음주가무를 즐기면 새벽으로 넘어가기 일쑤였는데 이번에는 송년회 규모를 줄여 실속 있는 송년회를 했다”며 “다음 날 아침 모두 쌩쌩한 모습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가지 술을 섞지 않고 2잔 이상 권하지 않으며 2차는 가지 않는 ‘222 송년회’ 또한 송년 술자리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불황의 여파로 송년회 풍속도가 바뀌는 가운데 시민들은 ‘숫자 송년회’와 함께 금전과 건강의 부담을 더는 ‘가벼운’ 연말을 맞고 있다.

Kangin@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