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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장애인 동화작가 고정욱씨, 신간 인세 푸르메재단 기부

소외이웃 돕는 ‘착한 동화’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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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돈 잘 벌어요. 아주 부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부자예요.”
동화작가 고정욱(50)씨가 이번 주 출간하는 동화 <희망을 주는 암탐지견 삐삐>의 인세 전액을 의료복지법인 푸르메재단에 기부했다. 그림작가 최정인씨도 화료(畵料) 중에서 200만원을 떼어 보탰고, 출판사 ‘주니어 김영사’도 책 한 권씩 팔 때마다 500원씩 얹기로 했다. 재단측이 확인한 바, 이렇게 출판의 세 주체가 이런 일에 한 마음으로 뭉친 것은 한국 출판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어려워 보이는 결심의 배경을 묻자 그는 부자라 그런 거라는 듯 농담으로 얼버무렸다.
그는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한 살 때부터 그랬으니까 태어나서 지금껏 서본 적이 없는 거죠. 비장애인이었던 적이 없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는 장애청소년 모임이나 행사라면 꾀부린 적 없이 쫓아 다니며 장애를 넘어섰고, 기부가 필요한 자리는 어떻게든 찾아 많든 적든 성의를 보탬으로써 시선의 높이를 과시했다. 푸르메재단에도 출범 원년부터 정기 후원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이고, 2004년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 그의 작품 <가방 들어주는 아이>가 선정됐을 때는 1억 원을 기적의 도서관 건립 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그는 아주 부자는 아니지만, 그렇게 스스로 부자가 됐다.
그의 음성은 사진 속 표정처럼 순했고, 말투는 머뭇거림없이 자신만만했다. 그는 “내가장애인이므로 소외된 장애이웃을 위해 뭔가를 한다는 게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라면서 “그래도 내 재능이 좋은 일에 쓰일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장애인 인권이나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역동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도 말하더니 “그래도 갈 길은 멀죠”라고 짤막하게 덧붙였다.

나누고 얻고 베풀고 받는 행위의 주체를 이야기할 때 장애인 비장애인의 구분 자체가 우스꽝스러워지는 사회를 그는 바라는 듯했다. 그는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로 등단했고, <안내견 탄실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등 동화를 냈다.

재단은 이 책에서 나올 기부금 전액을 푸르메재활전문병원 건립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