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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

최창현(45)은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입으로 전동 휠체어를 조종해 전국은 물론 미국·일본·유럽·중동을 종횡했다. 중증장애인 전동 휠체어 부문 세계기록 보유자다. 그는 스무 살까지 이 세상에 장애인이 자신뿐인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방에 갇힌 그에게 세상을 보여준 TV에 장애인의 모습이 비치기 시작한 건 유엔이 장애인의 해로 선포한 1981년부터였다. 그는 나이 서른에 가족 도움 없이 처음으로 집밖을 나섰다. 나들이의 설렘보다 화장실 갈 걱정이 앞섰다. 그는 “나들이 닷새 전부터 물을 안 마시고 버텼다”고 했다.

송광우(38)는 1급 시각장애인인 일반 초등학교 교사다. 교편을 잡은 지 1년 만에 희귀병으로 시력을 잃고 교단을 떠나야 했다. 교사의 꿈을 이으려면 맹학교에서 교편을 잡는 길밖에 없었다. 특수교육대학원의 문을 두드렸을 때다. “다시 일반 초등학교로 돌아가 교단에 서세요.” 면접관의 말에 그는 ‘일반 학교에서는 왜 비장애인 교사만 가르쳐야 하는가’라고 자문했다. 힘들게 일반 학교에 복직한 첫날 그는 확신했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바로 여기였다.”

곽정숙(50·여)은 민주노동당 소속 18대 국회의원이다. 지금은 여성 장애인의 대표자를 자임하지만, 5살때 척추염을 앓아 척추장애인이 된 그가 세상 밖으로 나온 건 스무살 때였다. 그는 큰 거울 앞에 알몸으로 섰다. 처음엔 고개를 흔들었지만 볼수록 굽은 등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았다. “웬일인가? 내 몸이 정말 멋있어 보이는 게 아닌가!” 뜬눈으로 밤을 새운 그는 처음으로 대중목욕탕으로 향했다. 그는 스스로를 가뒀던 장애의 굴레를 벗자 “나의 장애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내 눈에 다른 사람들, 특히 장애 때문에 아파하고 절망하는 장애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다. 기자 앞에 두 개의 자료가 놓여있다. 하나는 푸르메재단이 장애를 이겨낸 24인의 이야기를 모아 펴낸 책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부키)이다. 앞의 세 사례는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또 하나는 장애인 관련 예산 자료다. 200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장애인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이 1.2%인 반면 우리는 겨우 0.1%에 불과하다. 장애인의 불굴과 정부의 인색이 대비되는 장애인의 날이다.

<유병선 논설위원>